소규모 주택을 건축할 땐 건축주와 건축사 사이의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 일평생 열심히 재산을 일궈온 끝에 마침내 주택 건축의 꿈을 이루게 된 건축주들은 발로 뛰며 건축 정보를 모은다. 그러나 막상 건축을 시작하게 되면 건축사 선정부터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건축사와 계약을 맺은 후에도 설계사와 시공사 사이에서 여러 갈등 상황을 맞닥뜨리며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감은희 단감 건축그룹(이하 단감) 대표는 건축주를 위해 소규모 건축 시장에서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한 번에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건축 시장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그는 어떻게 건축가로 시작해 건축 시장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CEO가 됐을까. 


현장에서 마주한 건축의 매력
감은희 대표가 건축에 본격적인 흥미를 느낀 것은 건축 실무를 경험하면서부터였다. 감 대표는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유년 시절부터 명확하게 건축가를 꿈꿔온 건 아니었어요”라며 “대학에서 우연히 건축을 전공했는데 적성에 잘 맞았죠”라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감 대표는 건축사 사무소에서 일하면서 건축에 더욱 깊은 애정을 가지기 시작했다. 감 대표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건축의 매력 덕분에 아직도 건축에 새롭게 빠져들곤 해요”라고 말했다. 

고급 전원주택 단지 루아르밸리(Loire Valley)의 건축을 총괄했던 경험은 감 대표가 CEO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루아르밸리는 감 대표가 단감을 설립하기 전까지 일했던 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다. 지난 2008년 경기도 용인시에 준공된 루아르밸리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건축가 로랑 살로몽(Laurent Salomon)이 설계에 참여한 대규모 *타운하우스(Townhouse)다. 루아르밸리의 건축은 설계부터 시공, 현장 관리, 분양까지 감 대표의 총괄 하에 진행됐다. 감 대표는 “루아르밸리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주택 사업을 하게 됐어요”라며 “아직도 루아르밸리 같은 타운하우스를 한 번 더 건축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죠”라고 말했다.
 

▲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고급 전원주택 단지 루아르밸리(Loire Valley)의 모습이다.
▲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고급 전원주택 단지 루아르밸리(Loire Valley)의 모습이다.


감 대표는 지인을 통해 처음 중목구조 건축을 접했다. 중목구조 건축은 도면에 맞춰 재단한 목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설계와 시공의 오차가 비교적 작고 건축 현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사무실에서 하는 설계를 넘어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싶었던 감 대표는 자연스레 중목구조 건축을 시작했다. 감 대표는 “중목구조가 설계와 시공을 접목할 수 있다는 걸 알고서 중목구조 건축 시장에 뛰어들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단감은 감 대표의 23년 건축 경력을 바탕으로 중목구조 주택뿐 아니라 일반 건축과 협소 주택, 인테리어 사업도 하고 있다. 감 대표는 “최근엔 중목에 다양한 요소를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라고 말했다.  


책임감이 맺은 ‘단감’이라는 결실
단감의 설립은 중목구조 건축에 뛰어든 감 대표에게 찾아온 기회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7년, 감 대표는 가족의 사연에 맞춰 집을 지어주는 TV 프로그램 ‘내 집이 나타났다’에서 양진석 건축가의 설계에 중목구조를 이어주는 일을 맡았다. 감 대표는 “방송 당시 중목구조 건축을 하는 저를 보고 친오빠가 건축사를 직접 운영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조언했어요”라며 “오빠의 말을 듣고 과감하게 단감을 차렸죠”라고 말했다.   

단감 건축 그룹은 단 종합건설, 단감 건축사사무소, 아이앤하우징, 감은희 건축디자인 연구소로 이뤄져 있다. 각 그룹사는 건설, 설계, 자재 수입, 디자인 연구를 담당한다. 감 대표는 건축 실무에 참여하면서 단감의 운영과 홍보에도 앞장선다. 감 대표는 “단감이 아직 규모가 작아 전문경영인이 없어요”라면서도 “제가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 일이 많다는 것만 빼면 경영에 어려움은 없어요”라고 말했다. 

단감의 목표는 올바른 방향으로 소규모 건축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다. 소규모 건축 시장에선 건축 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설계사와 시공사가 다른 경우 시공사가 설계사의 도면을 마음대로 수정해 공사를 진행하거나, 건축사사무소가 건축주로부터 대금을 미리 받고 공사를 진행하다 잠적해 건축물이 완공되지 못할 경우 건축주 혼자 모든 피해를 떠안게 되는 일도 많다. 단감은 이러한 상황을 걱정하는 건축주에게 신뢰감과 편안함을 주기 위해서 설계와 시공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감 대표는 “가장 앞단에서 건축 의뢰를 받아 설계한 사람이 정작 시공 과정에서 보이지 않으면 고객은 불안해져요”라며 “소규모 건축에선 설계와 시공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해 단감도 그렇게 운영하고 있죠”라고 말했다.


소통으로 건축을 그려내다
건축가에게 필요한 자질 중 하나는 공간을 읽는 능력이다. 감 대표는 “공간을 잘 만들면 건축의 외관도 멋스럽게 완성돼요”라고 말했다. 그에겐 ‘공간이 사람을 담는다’는 믿음이 있다. 사람이 중심인 건축을 지향하는 감 대표의 신념은 그의 인생관을 반영한다. 감 대표는 “인생의 중심은 ‘나’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제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기도 하지만 그 전에 제 일이 중요한 한 명의 건축가이기도 한 것처럼요”라고 말했다. 

사람 중심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소통이 중요하다. 소통은 건축주가 행복하고 만족하는 집을 짓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감 대표는 “모든 고객에게 불편한 사항은 언제든 알려달라고 말해요”라며 “건축 과정에서 생기는 오해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죠”라고 말했다. 건축주와 꾸준히 소통하다 보면 한 식구처럼 정을 쌓는 일도 종종 생긴다. 감 대표는 “집을 짓다 보면 건축주를 친인척보다 더 자주 만나요”라며 “친한 언니, 동생 관계로 발전하기도 하고, 지방에 출장 갈 때 잘 곳도 더 많아지죠”라고 말했다.

감 대표는 건축을 전공하지 않아도 건축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감 대표는 “공간의 활용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건축가라고 생각해요”라며 “건축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안다 다다오도 전문 교육을 받지는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건축사 자격증을 따려면 건축 계열 학과 진학이 필수 사항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감 대표는 건축에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건축계로의 진출이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젠 건축 업계의 중심에 선 감 대표에게도 여성 건축가로서의 설움에 남몰래 눈물을 훔친 나날들이 있었다. 감 대표는 “한 번은 설계대로 시공을 진행하지 않은 건설사를 지적했던 적이 있어요”라며 “당시 해당 건설사의 직원이 ‘여자가 시끄럽게 한다’며 심한 말을 해 큰 상처를 받았죠”라고 말했다. 이후 감 대표는 더 큰 책임감으로 건축가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감 대표는 “스스로 떳떳하다면 목소리를 높여 싸울 수 있는 근성도 필요해요”라며 “그러기 위해선 먼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 지식이 풍부해야 하죠”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험에서 나오는 힘을 믿는 감 대표는 건축가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건축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감 대표는 끝까지 착실함을 지켜나가라고 조언했다. 감 대표는 “건축 업계는 다른 직업군보다 여성의 수요가 비교적 많다고 생각해요”라며 “꾸준히 일하다 보면 남성보다 높은 위치에서 일하는 기회가 오기도 하죠”고 말했다. 이어 감 대표는 “건축 업계에서 경력을 쌓다 보면 여성들의 강한 의리를 느낄 수 있어요”라며 건축업 종사를 고민하는 여성들을 독려했다.

감은희 대표는 당장 눈앞에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꾸준히 경험을 쌓아간 결과 한국의 대표적인 중목구조 전문 건축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건축 업계의 남성비가 높다 보니 한때는 남성들의 경쟁 사회에 저 혼자 끼어 있는 느낌이었어요”라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제 위치는 늘 제자리인 것 같았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감 대표는 좌절하기보다는 건축가로서의 도전을 계속하는 길을 택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로 대학원에 진학해 도시설계를 전공했고, 현재 박사과정의 건축 공부를 이어나가고 있다. 감 대표는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일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높은 벽 앞에 지레 겁 먹지 말고 한 걸음만 더 내디뎌 보자. 하나의 길을 걷는 똑같은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당신이 벽을 넘어서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발판이 돼 줄 것이다.


 

▲ 지난달 15일(월), 단감 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된 인터뷰의 감은희 대표다.
▲ 지난달 15일(월), 단감 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된 인터뷰의 감은희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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