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금액이 모여야만 결제됩니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플랫폼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구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신의 사업을 온라인에서 공개·홍보하고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중 사업 투자자에게 비금전적 대가를 제공하는 형식을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한다.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은 문화예술계 소규모 창작자의 활동을 도울 수 있는 방식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창작자의 독립적인 취향을 담다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은 문화예술계 창작자의 독립성을 보장한다. 창작자가 직접 기획 의도와 계획을 플랫폼에 게시하면, 소비자는 창작자의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검토하고 펀딩에 참여할 수 있다. 이지선 독립영화 <N. 오시팔> 연출가는 “거대 자본가나 기업의 투자에 의존한다면 창작자보다 투자자의 취향이 먼저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한다면 거대 자본에 의지할 필요가 사라진다. 창작자가 자유롭게 개성을 펼치고, 이에 동의하는 소비자가 모여 투자하는 방식이다.

창작자의 독립성은 소비자의 소비 경향과도 연관이 있다.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Wadiz)’에서 제품을 출시한 경험이 있는 홍정민(관현악 18졸) 동문은 “최근 소비자는 가격보다 심리적 만족도를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새롭고 독특한 상품 구매를 통해 타인과 차별화되는 소비 경험을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 변화는 창작자로 하여금 프로젝트의 의의나 목적에 자신만의 개성을 반영하도록 유도했다.


소규모 창작자의 든든한 지원군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은 재정 기반이 없는 창작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을 사용하는 창작자 대다수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소규모 창작자다. 기업이나 학교에 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재정적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교내 자치언론 ‘파란’의 이이레 편집장(미디어 19)은 “출간물을 만들기 위해선 인쇄비와 포장 및 배송 비용 마련이 필수적이다.”며 “판매 후에 대가를 받는 방식은 자본이 없는 소규모 창작자에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지선 연출가는 “영화 제작에 필요한 예산을 사비로 준비하다 보니 후반 작업 예산을 확보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고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선결제 후 제작 방식을 사용한다. 프로젝트가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곧바로 창작자에게 모금액이 전달되므로 초기 비용의 부담이 줄어든다.

크라우드 펀딩은 소규모 창작자가 사업 수요를 쉽게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소규모 창작자는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대량생산이 어렵다. 남은 상품을 보관할 작업실이나 창고도 없어 재고가 생기면 곤란해지기도 한다. 이를 보완해주는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은 모금이 완료된 후 제작이 진행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소비자가 모금을 취소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정확한 상품 수요를 집계 할 수 있다. 이 편집장은 “소규모 창작자들은 제작비만큼 회수하지 못하면 금액 측면에서 크게 손해를 본다”며  “남은 재고가 그대로 버려진다면 환경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고 수요 예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뢰로 완성되는 크라우드 펀딩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관련 법률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크라우드펀딩 관련 피해구제 요청 건수는 68건이었다. 지난 2018년 22건이었던 것에 비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홍정민 동문은 “후원 상품을 향한 불만 사항이 생겨 중개업자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과 창작자에게 문의하려고 했지만, 연락이 어려웠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부터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의 명확한 거래 규정을 논의해오고 있다. 주요 논의 점은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의 전자상거래법 적용 가능 유무이다. 기존 전자상거래법의 거래대상은 이미 제작된 재화다. 그러나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래의 재화를 다루기에 기존 전자상거래법에 포함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텀블벅의 김성민 브랜드팀 리드는 “크라우드펀딩에선 현실적으로 전자상거래법의 *청약 철회권을 적용할 수 없다”며 “크라우드 펀딩의 고유한 특성과 목적을 고려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 내의 소비자 보호 법률이 제정되기 전까지 플랫폼은 소비자 보호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김 리드는 “창작자가 자사 플랫폼에 등록한 프로젝트는 상세한 심사기준으로 평가된다”며 “프로젝트가 승인된 후에도 저작권 침해의 모습이 드러나면 바로 중단시키고 있다”고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또한 텀블벅은 창작자의 활동과 관련해 거짓 정보가 있다면, 소비자의 법적 대응을 도와주기도 한다.


문화계에서 ‘후원’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켈란젤로의 그림  ‘천지창조’도 예술 후원에 적극적이었던 메디치 가문의 지지가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크라우드 펀딩은 소규모 창작자들에게도 창작물을 보여줄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소비자들에게는 개인 취향에 맞는 문화를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 이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기 위해선 믿음이 중요하다. 텀블벅 김성민 브랜드팀 리드는 “창작자에겐 ‘신뢰’를 지킬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와 창작자 간의 신뢰 관계가 구축된다면 모두가 새로운 문화를 안전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청약 철회권: 구매한 물품에 하자가 발생하거나 약정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예상될 때 결제 취소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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