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휴대폰을 켠다. 무의식적으로 ‘클럽하우스(ClubHouse)’에 들어간다. 어떤 방이 있나 스크롤을 내린다. 카페 음악을 틀어주는 방, 마케팅 업계 전문가들이 고민을 나누는 방, 주식에 대해 얘기하는 방 등이 줄지어 있다. 오늘은 ‘미디어가 장애를 다루는 법’이란 제목의 방에 들어간다. 장애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와 참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길을 걷는다. 어느새 시선이 확장되고 연대감이 가득 찬 느낌이다.

클럽하우스는 음성을 통해 소통하는 새로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다. ‘클생(클럽하우스 중심 생활)에서 현생(현실 중심 생활)으로’란 신조어까지 만들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클럽하우스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Tesla)의 CEO(최고경영인, Chief Executive Officer) 일론 머스크가 사용한 이후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나 홍준표 정치인 등의 유명인이 ‘클하’를 통해 소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클럽하우스의 차별점은 폐쇄적인 개방성과 음성 소통에 있다. 초대를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하지만, 가입 이후엔 모든 방에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전문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만나기 어려운 인플루언서(Influencer)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육성을 나누며 연결감을 느끼면서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줄인다.

한편 폐쇄적인 구조와 인플루언서가 중심을 차지하는 분위기가 온라인상의 계층화를 이끈다는 지적도 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초대장을 유료로 판매하는 일도 있었다. 또한 유명인은 주체로서 발언자를 지목하고, 일반인은 객체로서 손을 든 채 발언권이 주어지길 기다리는 분위기가 자발적 계급사회를 만든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필자는 이러한 클럽하우스의 부작용을 대체로 인정하는 한편 우리 사회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공론장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행 초기의 클럽하우스는 인물 중심의 방이 대부분이었다. 클럽하우스는 개인의 활동을 바탕으로 방을 추천한다. 초반엔 인지도가 높은 사람의 방을 보여줬다면 점차 관심사에 맞는 방을 찾아주는 것이다. 또한 클럽하우스 내에선 ‘예의 있는 반말’방이 유행하고 있다. 소통에 계층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모두가 편하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노력하는 움직임이다.

소수자 커뮤니티의 공론장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고 변희수 하사의 죽음 이후 ‘변희수 하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침묵의 방’이 만들어졌고, 수많은 사용자가 소리 없이 방을 지켰다. 이는 고 변희수 하사의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이들의 존재를 알렸다. 또한 ‘육아의 고충을 나누는 방’이나 ‘뇌전증 환우 모임’ 등 각자의 소수자성에 집중한 방도 많다. 폐쇄적으로 운영됐던 과거의 소수자 커뮤니티와 달리, 클럽하우스는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점에서 존재를 알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청각 장애인은 여기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으며 초대장의 수를 늘려도 접근성 자체의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필자는 최소한의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클럽하우스는 문제의 화두를 제시하고 수평적 토론을 이끄는 광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귀를 막고 서로를 손가락질하는 대신, 목소리로 신뢰를 다지고 연대를 맺어 변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문화관광19 임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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