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외국어를 배울 때 우리는 다시 신생아가 된다.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더듬거리는 것부터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문장에 이르기까지 꽤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독일어를 전공하고 있는 필자는 독일어의 복잡한 문법 규칙을 보고 놀라 책을 덮은 적이 있다.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에선 필연적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된다. 특히 언어는 매일 공부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기 쉬워 배우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는 어린 시절부터 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영어는 어린 시절 꼭 배워야만 하는 언어였기에 기억에 남는다. 비록 영어 문법은 어려웠지만 발음하는 것만은 재밌었다. 특히 ‘f’나 ‘v’를 발음할 때 바람이 새 나가는 게 좋았다. 필자가 사는 곳이 아닌 타지의 언어를 발음할 때 꼭 그곳의 공기가 입안에 담기는 것 같았다. 물론 미국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필자가 그곳의 공기를 느꼈을 리 만무하지만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에 본 TV에서 외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필자도 언젠가 유창하게 외국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기에 필자가 외국어 전공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외국어 전공 중 왜 하필 독일어였냐면 교양에서 독일어를 듣고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독일어의 멋진 발음이 매력 있었고,  스스로 독일어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것이 오만으로 밝혀지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전공으로 독일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언어란 A4용지처럼 차근차근 쌓이는 것이라고 한다. 언젠가 필자의 A4용지도 높이 쌓여 한 권의 책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필자는 여전히 단어를 외운다.

독일어는 매우 직관적인 언어다. 물망초는 독일어로 페어기스마인니히트(Vergissmeinnicht)이다. ‘잊다’의 ‘Vergiss’ ‘나를’의 ‘mein’ ‘마세요’의 ‘nicht’ 세 단어의 결합으로 이뤄진 단어다. 즉 물망초의 꽃말인 ‘나를 잊지 마세요’를 말속에 그대로 담아낸 것이다. 꽃말이 그대로 꽃의 이름이 되는 언어. 꽤 낭만적이지 않은가. 이러한 이유로 독일어엔 길이가 긴 단어가 많이 존재한다.

독일어에는 너무나 귀여운 단어도 있다. ‘Hamstern’은 직역하면 ‘햄스터하다'로 ‘사재기하다’라는 뜻이다. 햄스터가 볼에 빵빵하게 음식을 저장하는 모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여러분도 필자의 독일어 사랑을 이해하리라 믿는다. 또한 독일어는 영어와 공통점이 많아 친숙하게 배울 수 있다. 두 언어는 모두 게르만어에서 유래됐기 때문이다. 가령 독일어로 ‘가지다’는 ‘하베(Habe)’고 영어는 ‘해브(Have)’다. 발음마저 비슷하다.

“외국어는 단지 여행 도구나 취직 기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모국어로만 이루어진 세계와는 현격히 다른 의미 세계에 접속하는 열쇠다” “외국어를 배워보아야 자기가 구사하는 언어만큼 생각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김영민 서울대학교 교수의 저서 「공부란 무엇인가」 속 외국어에 관한 문장들이다. 외국어는 우리를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여러분도 자신이 사랑하는 언어를 하나쯤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그것이 꼭 여러분을 다른 세계로 데려가 줄 테니까. 그럼 Auf Wiedersehen(안녕)!

독일언어문화 19 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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