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입시 컨설팅 시장의 신규 고객이다. 입시 컨설팅 서비스는 더 이상 대학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지난 11일(수) 교육계가 입시 컨설팅 업체들은 대학원 진학 희망자들의 수요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매일경제는 보도했다. 컨설팅 업체에서 전 과정에 걸친 대학원 입학 컨설팅을 받을 경우 한 대학당 300만원 내외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대학원 입학을 위한 사교육까지 규모를 확장한 성인 사교육 시장, 그 끝은 과연 어디일까.

“사교육 졸업은 언제인가요?”
대학생들이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공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를 찾는 대학생들이 늘면서 관련 인강 업체들은 전공별로 기초 강의부터 심화 강의까지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오픈 플랫폼을 이용한 교육용 인강 업체 에어클래스 정규형 마케팅 본부장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전년 대비 대학 강의 관련 인강의 이용률이 500% 증가했다”며 “대학 강의와 관련된 인강이 온라인 교육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영역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 인강 업체들은 높은 학점을 받을 경우 수강료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통해 이용자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

편입 사교육 시장은 한국 사회에 내재된 대학과 전공의 서열화 경향을 드러낸다. *편입학은 고등교육기관 재학 중이거나 혹은 졸업한 상태에서 다른 고등교육기관으로 재학 상태를 옮기는 대학생들의 대학 간 이동을 의미한다. 편입학 제도는 서울 및 4년제 대학 선호와  전문직을 비롯한 취업 유망 직종을 중심으로 하는 위계적인 서열구조를 반영한다. 각 대학의 편입 관련 정보의 불충분한 제공은 편입학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사교육을 필수적으로 받게 한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 김 씨는 “편입을 위해 대형학원 편입 종합반에 1년간 다닌 경험이 있다”며 “수능시험과 달리 편입의 경우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기출 문제를 구하는 것도 어려워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평균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교육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25~34세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6%로 경제 협력 개발 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본교 윤창국 교육학부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대학 교육은 거의 의무 교육화됐다”며 “이런 분위기는 대학생들에게 취업을 위해 대학보다 차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돼 취업을 위한 사교육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국내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3, 4학년 대학생 1080명을 대상으로 ‘취업 사교육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38.2%(약 413명)가 ‘최근 1년 이내 취업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SAP코리아 정지현 HRBP(Human Resource Busines “성인 사교육에 영어 학원까지 포함시킨다면 사교육을 받은 신입 사원의 비율은 거의 100%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인 사교육 시장, 과열의 원인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사교육 시장의 대상이 확대됐다. 지난 2일(월)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대학에 입학할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 수는 약 44만명이었다. 일반대와 전문대를 통틀어 올해 대학 입학 정원인 약 48만명에 4만명 못 미치는 수다. 학령인구 절벽으로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의 수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더 많아진 것이다. 윤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많은 지방 대학들은 노동 인구를 재교육하는 평생 학습 중심 대학으로 대학의 형태를 전환하고 있다”며 “교육업계가 성인 사교육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평생교육체제 지원 사업 참여 대학으로 총 30개교를 선정해 대학이 성인 학습자에게 친화적인 학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돕고 있다.

대학생 대부분은 사교육을 받고 자라 사교육을 통한 학습 구조에 익숙해져 있다. 오늘날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대 우리나라 초중고 전체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0% 내외를 기록한다. 윤 교수는 “많은 대학생이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대학에 입학해서도 학업과 취업에 어려움이 생기면 사교육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타인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대학생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불안감은 대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정 마케팅 본부장은 “20~30대의 클래스 이용률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취업난의 지속은 공무원 및 자격증 시장의 수요를 높였다. 최근 교육업계는 외국어와 공무원 시험, 자격증 취득, 기업 직무교육 등을 포함한 성인 교육 시장 규모는 2조원을 넘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 공무원 시험과 자격증 취득 관련 시장은 8천억~1조원 규모에 달하는 등 전체 성인 교육 시장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커진 것으로 교육 업계는 전망한다. 계속된 구직 실패는 더 많은 취업 준비생들을 공무원 및 자격증 시장으로 내몰았고, 이는 취업 관련 성인 사교육 시장의 확장을 가져왔다. 정 HRBP는 “서류 심사에선 실무 관련 자격증의 취득 여부보다 해당 분야와 관련된 경험의 유무가 더 중요하다”며 “공인 영어 점수와 같은 수치로 실무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었는지 판단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사교육의 탈출구가 필요하다
사교육 수준의 차이는 다시 경제적 수준의 차이로, 경제적 수준의 차이는 사교육 수준의 차이로 반복된다. 인터넷 강의 등의 대중화를 바탕으로 사교육의 종류가 다양화됨에 따라 가정의 경제력이 사교육 참여 여부를 결정짓는 데 미치는 영향력은 작다. 그러나 사교육비의 지출 규모는 가정의 경제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사교육으로 인한 불평등이 단순한 참여 여부의 문제에서 비용과 질의 문제로 변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윤 교수는 “경제적 수준은 한 개인의 경험의 폭에 차이를 발생시킨다”며 “사교육도 경험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 시장은 획일화된 교육만을 제공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초ㆍ중등교육법에선 학교의 교과를 대통령령으로 정하지만 고등교육법의 경우 국가적 차원에서 규정하는 교육 내용 및 교육 목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 교육의 경우 설립 이념에 따라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는데 그 과정의 전문가인 교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윤 교수는 “대학에서 논의되는 지식은 정형화될 수 없는 전문적인 지식이다”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점 관련 사교육 시장에선 획일화된 지식만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해친다”고 말했다.

성인 사교육이 필수요소로 통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사회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27일(화)에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신입 구직자 9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6.3%(약 659명)의 구직자들이 취업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윤 교수는 “교육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사교육 시장은 끊임없이 확대될 것이다”며 “ 이와 같은 환경에선 남과 비교하는 끊임없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성인 사교육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선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정 HRBP는 “취업을 위해 벼락치기 하듯이 성인 사교육을 찾는다면 시장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며 “호기심과 진정성 있는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재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쟁을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 교육의 가치를 재고해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의 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6~21세의 취학연령층에 해당하는 인구를 의미함.

참고 자료
한유경, 윤수경, 권민경. (2013). 편입학 제도의 실태 분석 및 개선 방안 모색. 한국교육문제연구, 31(3), 63-84.
박지윤(Park, Ji-Yun), 김병주(Kim, Byoung-Joo). "대학생의 취업사교육 참여와 사교육비 지출." 교육재정경제연구, (2012): 28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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