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이제는 오래전 이야기가 돼버린 이 말이 정말로 실현되던 때도 있었다. 아이들은 마을 어른들의 보살핌 아래 자라났고, 어느 집 아이인지를 떠나 모든 아이가 마을의 보호를 받던 시대였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늘어났는데도 마땅히 자녀를 믿고 맡길 곳이 없어 아이를 돌봐줄 곳까지 부모가 스스로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집 사정도 피차 마찬가지인 데다, 예전처럼 스스럼없이 품앗이 육아를 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보니 자녀를 다른 집에 잠깐 맡기는 일도 쉽지 않아졌다. 그렇다고 아이를 낳지 않기엔 아직 대한민국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답습해오고 있어 양가로부터 오는 ‘2세’의 압박이 여전하다. 자본주의와 학력주의로 굴러가는 현대사회 속 한 아이를 키우는 일이 온전히 각 가정의 몫으로만 여겨지면서 경제활동과 육아를 모두 감당해야 하는 부모의 부담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42명에 달했다. 특히 지난 5년간 부모가 아동학대 가해자인 비율은 무려 70% 이상이었다. 가정에서 가장 보호받는 존재여야 할 아동이 부모에 의해 학대의 피해자가 되는 사건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결코 아동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부모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으나 대한민국을 아이를 낳아 기르기에 좋은 나라로 보기도 어렵다.

저출생을 논하기 이전에 육아 환경이 조성돼야 하며, 출산과 육아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를 전 국민이 인지해야 한다. 남의 ‘가정사’라며 외면하지 않고 공동체 차원에서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훈육을 표방한 아동학대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구성원들이 먼저 나서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 됨은 무엇이며 아동 복지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이는 한 가정 내에서만 오갈 이야기가 아니라 온 마을이, 나라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 넓혀나가야 할 공간은 ‘No kids zone’이 아닌 ‘No child abuse zone’이다.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하에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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