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사진=이다연 학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파울로 코엘료. 그가 쓴 『연금술사』를 감명 깊게 읽은 후 나의 꿈을 응원하고자 학부를 졸업하고 산티아고 여행을 결심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사람의 일생’이라고도 말한다. 피레네산맥에서 가상의 죽음을 경험하고 그 뒤의 길에서 ‘생’이라 불리는 28일간의 걷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걷기 시작한 지 5일이 될 무렵, 카메라를 내려두고 펜으로 내가 걸었던 길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매일 30km를 걷고 배낭 위에 앉아 마을을 그리고 일기를 썼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대화, 잊지 못할 풍경을 그렸다. 카메라 대신 펜으로 기록하면서 그 순간이 느리게 지나는 것에 감사했다. 끝없이 펼쳐진 자연과 나 자신과의 대화가 너무 소중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카미노 가족이라고 부르게 된, 함께 걸었던 순례자들이다. 카미노를 걷다보면 자주 마주치는 인연들이 있다. 물을 건네며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돼 함께 길을 걸었다. 목적지에선 보잘 것 없는 음식임에도 맛있게 서로 나눠 먹었다. 각자의 이유로 길을 걸었던 한 달을 뒤로 하고 우리는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했다. 도착 후엔 환희보다 여행이 끝났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다.

그 곳에서 미사를 드리며 친구들과 “우리의 산티아고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며 “각자의 위치, 길 위에서 배웠던 것을 실천하자”고 약속했다. 인생의 축소판 같았던 카미노는 산티아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있는 어느 곳이든 카미노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기에 내게 산티아고 여행은 더욱 특별하다. 산티아고는 목적이 되는 모든 것이다. 그 길이 지치기도 즐겁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걷는 동안 내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걸었는지가 아닐까.

조형예술 14 이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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