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이용임(전산학과 00졸)

‘…가을마다 잎이 다 떨어진 나무 아래 서서/ 사내는 코로 낙엽을 주워 올린다/ 가지에 올려놓은 잎사귀가 떨어질 때마다/ 다시’ -이용임의 시 ‘엘리펀트 맨’ 中

계속해서 떨어지는 낙엽을 묵묵히 주워 올리는 사내, 엘리펀트 맨. 어쩌면 그것은 엘리펀트 맨 스스로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닐까. 2007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한 이용임(전산학과 00졸) 동문에게 시는 바로 이런 운명과 같은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고 싶었다던 이 동문은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자신을 ‘항상 시적인 상태’라고 표현할 정도로 시를 사랑하는 그가 IT업종에 뛰어들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부모님께서는 제가 글 쓰는 것을 원치 않으셨어요. 집안이 엄한 편이라 반항할 생각도 하지 않고 공부를 했죠. 하지만 나이가 들어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니 다시 문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인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조금 멀리 돌아오긴 했지만 이 동문도 시인으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을 찾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매일 일기를 썼는데, 어느 순간부터 일기장에 시를 쓰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이과 공부를 하던 시절에도 손에는 늘 문학책이 있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시인’이라는 운명이 늘 이 동문을 따라다닌 것 같았다.


신춘문예 당선 후에도 그의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시를 찾아주는 곳이 많아져 예전보다 많은 시를 쓰고, 회사 일도 하느라 잠이 조금 부족하단다. 그러나 어떤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회사 일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감 없이 시를 쓸 수 있어요. 제가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회사가 피해보면 안되기에 더 열심히 일하려 해요.”


20대 초반, 이 동문은 누가 나이를 물으면 잘 대답하지 못했다고 했다. 순간순간을 살아가느라 나이에 대한 큰 자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생활이 지루하다면 어디까지 지루할 수 있는지, 행복하다면 어디까지 행복할 수 있는지, 그 끝을 알아낸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살았으면 해요. 지금 상황이 어떻든 나중에 보면 모든 것은 아름답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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