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에 있었던 로스쿨 예비인가 심사 결과 발표를 전후로 온 나라가 ‘로스쿨 광풍’에 몸살을 앓았다. 발표 이후 로스쿨 신청 대학 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예비인가 심사를 맡은 법학교육위원회의 구성 및 심사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1151호 로스쿨 기사 취재를 위해 만난 이욱한 법과대학장은 심사 결과에 유감을 표했다. “법학교육위원회 구성원 중 위원장을 비롯한 4명은 현직 법학 교수이다. 마음대로 기준을 고치고 자기들끼리 담합하고… 처음부터 그들이 속한 대학에 유리하도록 짜인 각본이었다.” 문제가 증폭됨에 따라 현재 우리 학교를 비롯한 많은 학교들이 교육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로스쿨 예비인가 심사의 공정성과 관련한 잡음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법학교육위원회는 꿋꿋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 그들을 보자니 자기 지역에 이득이 되는 시설을 유치하거나 관할권을 차지하려는 현상을 일컫는 이른바 ‘핌피(PIMFY) 현상’이 떠오른다. 깨끗함과 공정성의 상징이 돼야 할 위원회가 어느새 여느 이익집단처럼 변질되다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찍이 노암 촘스키는 지식인의 책무에 대해 “지식인은 인간사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문제에 대한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소위 ‘지식인’들이 보여주는 기초적인 도덕률과 소명의식은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롭다. 꼭 로스쿨이 아니더라도 최근 불거진 내정된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비리 문제, 삼성그룹 떡값 의혹과 같은 사건들은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는 우리 사회 지식인들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우리 사회 ‘지식인’들의 사건ㆍ사고 소식 가운데서도 최근 박재승 위원장이 주도하는 통합민주당의 공천심사가 반가운 소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리ㆍ부정 전력자 전원을 예외 없이 공천에서 탈락시킨 박 위원장의 소신 있는 결단은 우리나라 지식인 사회의 귀감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소리 높여 원칙과 도덕성, 공정성을 따지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소리를 하는’ 바보가 되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아직 희망은 남아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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