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박우현(경제 07)

(2007년도 제2회 숙명 詩 축제 詩 창작부문 은상 입상)   

어느 새벽을 깨워
여느 자전거 길을 빌렸다

탄 지가 오래라
우습게 기우뚱거리다가는
이내 자세를 잡는데

이마를 타고 도르르 굴러 내려오는 햇살,
가슴 한가득 메워오는 새벽 내음,
멈칫.

빠르게 뒤돌아 확인해보는 그림자⋯⋯.

“하아⋯⋯.”
짙은 한숨과 함께 소리 없이 내리까는 속눈썹,
지그시 깨물어보는 아랫입술.

매번 다름없었던 새벽길이
막 스물을 내딛는 그녀에게
문득, 낯설게 느껴짐에 두려웁다


급하게 앞바퀴를 돌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새벽의 다독임을 살포오시 얹어준다.
“얘야, 달라진 건 없어. 넌 어른이 되어가는 거란다.”

 

무엇이 그리도 시리도록 서러웠던 것일까, 열아홉의 끈을 쉬이 날려 보내지 못함은…….
이마로, 콧잔등으로, 긴장이 채 가시지 않은 오른손의 검지 위로, 나의 스물이 내려앉았다.
이제 새벽을 지나 왈칵 눈물을 쏟아내야 할 것만 같은 아침. 스무 살의 첫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치하자. 내게 허락된 젊음을, 열정을.
가슴은 쿵쾅거리고 가쁜 숨이 ‘앙’ 다문 앞니에 받고 받히도록, 치열하게 준비된 스물 이후를 헤엄치다 보면, 더 서둘러 ‘스물’에 용해되지 못했던 시간들을 사치였다고 여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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