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작년 10월에 숙명 가족이 된 사람입니다.


평소에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정답은 ‘병원에 가야 한다.’입니다.


아쉽게도 오늘 우리는 로스쿨 유치에 실패하고 있습니다(아직 끝난 건 아니라고 생각되어서…….)


얼마 전에 숙명의 교직원과 학생들이 함께 거리로 나서서 교육부에 우리의 뜻을 전달하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참석하셨던 분들 대부분은 시위 경험이 많지 않으셨기 때문에 아마도 매우 어색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좋은 경험을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하고 아쉽지만, 이젠 차분히 우리 숙명의 건강상태를 살펴보아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건강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병원에 가서 '로스쿨 예비인가 실패'의 원인을 찾아내어 필요하다면 수술대에 올려야 합니다.


또 한가지…….우리 가족 중에 한명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이웃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웃에 덩달아 자기 가족에게 손가락질 하시겠습니까? 그랬다가, 만일 진실로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억울하게 매도된 것이라면 어떡하시겠습니까? 이럴 때 설사 자기 가족이 죄를 지은 것이 명백하더라도 우리는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왜냐고요? 우리는 가족이니까요. 숙명 가족 여러분, ‘위기가 곧 기회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등의 구태의연한 말들이 꼭 필요하신 건 아니시죠?


우리 모두 병원에 갑시다. 가서,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서 그 부분을 치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몇 년 뒤 우리는 다시 큰 병을 얻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내가 평소에 운동 좀 하라고 했잖니’ ‘밥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으라고 했지’ 이런 말들로는 아픈 사람의 상처를 낫게 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 대한 잔소리나 책임추궁보다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하루라도 빨리 아픈 상처를 씻고, 과거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아비판도 아니고, 누구를 비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닐 겁니다.


저는 다른 대학에서 근무하다가 이곳에 입양된 지 오늘이 111일째입니다. 그리고 지난 달 부터 법과대학 학부장을 떠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 숙명 가족 전체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법과대학의 상처는 저희 법대교수들이 치료하겠습니다. 저희에게 용기를 주십시오. 분발하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다시 일으켜 세우겠습니다.

*말이란 괜한 오해를 불러오기 쉽습니다. 행여 제 글로 인하여 마음이 불편해 지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2008년 2월 어느 날, 법과대학 학부장 우병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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