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
길이 보이지 않는데
당신은 어디에 가십니까.

알알이 엉겨 붙지도 않는 정부미로
밥을 안치고는
상인들이 떠나간 시장에 이리저리 흩어진
시래기를
주워 담으러 가셨습니까.

다시 어둠이 밀려오는 시간
돌아오시는 당신을 보고파
장독에 올라가
담장 밖으로 보이는 길을
빠끔 내다봅니다.

외로운 어둠속에
눈부시게 밝은 별동별이 떨어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 멀뚱히 서서
내 아비는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은 어디에 가셨습니까.

 

 

아비는 그립다. 당신이 미치도록 그립다. 어둠과 함께 가셨다가 어둠만을 떠나보낸 당신이, 별동별만치 눈부시게 그립다. 상인들이 떠난 시장에도, 꽁꽁 얼어붙은 손을 녹이지도 못하는 치열한 삶 속에도, 이제 당신은 없다. 이 길에서도 저 길에서도 보이지 않는 당신의 모습을 눈물과 회한 속에 숨기며 내 아비는 오늘도 당신을 좇아 아주 먼 곳의, 언젠가 닿을지도 모르는 먼 점을 응시하며 당신을 기다린다.


당신은 어디에, 그리고 어디쯤에 가고 계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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