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부터 시행된다는 영어몰입교육, 경제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친화적인 정부, 그리고 이에 알맞게 경쟁력을 더욱 더 키워야만 하는 대학생들. 연일 각종주요언론에서는 경쟁력 강화를 외친다. 영어학습과 공무원시험을 위한 팁, 각종 기업의 채용정보들이 신문 지면을 가득 메울 때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경쟁력이 무엇인지 내정자들은 단 한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우수한 인재를 가려내는 도구가 단지 점수로 매겨질 수 있는 것인가?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던 중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한 아저씨께서 요즘 신입 사원들이 자기 할 일 외의 나머지 일은 정말이지 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옆에 서계시던 동료 분께서는 "그래도 이 회사에 어떻게 들어온 애들인데, 우리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치열하다네."라며 대꾸하셨다. 지금은 중장년층이 된 1970-80년대의 대학생들은 주입된 이념의 틀 안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껴야만 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사회논리에 따라 ‘고스펙’이라 불리워지는 몇몇 사람만이 간신히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지금 이 사회 역시 민주화를 열망하던 그 시대 못지않게 괴리감을 안고 있다고 본다. 외국의 아이비리그로 손꼽히는 명문대 졸업 후 박사과정까지 마친 사람이 한국에 와서는 사설학원 강사를 하겠다고 이력서를 내밀기도 한다.


또한 똑똑한 것이 곧 일에 있어서 유능하다고 보는 잣대 역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문제이다. 취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지 일자리 몇 개 창출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유능한 인재를 가려내는 평가의 잣대를 조정하고, 이미 ‘똑똑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청년들이 설 ‘장’을 넓힐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얼마 전, 내 생일에 토익스터디로 잠시나마 친하게 지냈던 오빠가 "언제 시간나면 영화나 보러가자."는 기약 없는 언약을 한 적이 있다. 그 선배는 취업준비 중이고, 꽤 좋은 명문대의 법대를 나왔지만 여타 취업구직자들보다 훨씬 더 바쁜 듯하다. 취업이라는 그 놈의 ‘업’보는 대학생에게 있어서 사람과의 관계까지도 만들어내고, 또 서먹하게 만드는 재주도 있나 보다.


유현지 (생명과학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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