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뉴욕 필)가 지난 26일 평양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이날 북한의 심장부 평양에서는 북한의 인공기와 미국의 성조기가 나란히 게양되는 이색풍경이 연출됐다.


남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된 뉴욕 필의 평양 공연은 북한 국가와 미국의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작됐다. 본 공연의 첫 곡은 바그너의 악극 <로엔그린> 3막 서곡으로, 결혼행진곡으로 유명한 ‘혼례의 합창’에 앞서 연주되는 전주곡이었다. 이번 공연의 취지이기도 한 화합과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은 뉴욕 필의 선곡이었다. 이후의 곡들은 미국적 색채가 짙어 북한 관객들에게 약간의 긴장감을 줬지만, 앙코르 마지막 곡 <아리랑환상곡>은 다소 경직돼있던 북한 관객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아리랑환상곡>이 끝나자 좌석을 가득 메운 천오백여 명의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브라보’를 외쳤고, 뉴욕 필 단원들은 감동의 눈물로 화답했다. 이 날 음악이 선사한 감동의 여운으로 관객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하나가 됐다.


이전에도 음악은 평화적 도구로써 세계의 화합을 추구해왔다. 냉전으로 세계가 긴장하던 1959년, 보스턴 심포니가 소련에서 연주회를 가졌으며 1973년에는 필라델피아 필하모닉이 중국에서 연주를 갖기도 했다. 이제 세계는 50여 년간 으르렁거리던 두 나라가 평양에서의 뉴욕 필 공연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화합하길 기대하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우리는 익히 정(情)을 나누는 데에는 말이 필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오케스트라의 화음은 듣는 모든 이의 심금을 울린다. 뉴욕 필의 평양 공연에서처럼 이념도 생김새도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아름다운 선율에 하나 된 모습은 서로 적대하는 인류의 현 상황을 되돌아보게 하고 ‘공존공생’의 미덕을 깨닫게 만든다. 문득 언젠가 미국에서 공연하는 평양 공연단의 모습이 전세계로 생중계될 날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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