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입니다. 선배들의 환영에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리고 입학식장 안으로 들어가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교복만 입느라 패션에는 관심을 가지지 못했었는지 약간 언발란스한 복장마저도 예뻐 보입니다. 여러분들의 입학으로, 겨우내 얼어붙었던 숙명 교정에도 풋풋한 향기 가득한 봄바람이 불어올 것 같습니다.


언니 오빠들에게서 이미 들어 조금 식상하겠지만, 갓 대학생이 된 여러분께 가볍게 잔소리 한 마디를 하고 싶습니다. ‘학점 관리 잘하라’ ‘영어 공부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사실 부끄럽게도 저는 대학생활 2년 동안 그리 폭 넓은 경험을 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학교 신문사에 지원해 지금처럼 기사를 쓰거나, 몇몇 캠프에 참가한 일은 매우 보람찬 경험이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는 그것들보다도 더욱 강렬한 체험을 했습니다. 대학 내에서도, 대한민국 내에서도 아닌, 타국 땅에서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너무도 익숙한 부모님, 친구들로부터 격리된 공간에서 만난 ‘나’의 모습은 평소 내가 알고 있던 ‘나’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외롭고 쓸쓸한 가운데서도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생존 본능’같은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부지런했지?’ ‘내가 이렇게 약삭빨랐었나?’ 이런 생소한 모습을 하나하나 발견하면서 저는 아주 오랜만에, ‘나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 때에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고민이 없다면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쉽게 내릴 수 없습니다. 대학 생활의 첫걸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목표설정이라던데, 그보다도 이전에 해야 될 것은 자신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낯선 곳에 자신을 세워두고, 스스로를 객관화시켜보면서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알아갔으면 합니다.


요 몇 년 새 대학가에서는 대학 진학 후 갑자기 목표를 상실하거나 가치관에 혼란을 겪는 ‘새내기 증후군’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미리부터 자신에 대해 고민함으로써 ‘새내기 증후군’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것으로 괴로워하기에 앞으로 펼쳐질 여러분들의 대학 생활은 너무도 반짝반짝 빛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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