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으실 때 모든 사람에게 같은 개수의 검은 구슬과 흰 구슬을 주머니에 넣어 주셨습니다. 검은 구슬은 고난을 의미하고 흰 구슬은 행복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 구슬을 꺼냅니다. 검은 구슬이 나올 때도 있고 흰 구슬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검은 구슬만 꺼냈다면 그동안의 삶이 매우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의 삶도 항상 힘들 것이라는 걱정은 오산입니다. 미래에 그 사람이 꺼낼 수 있는 구슬은 흰 구슬뿐. 분명히 힘들었던 만큼 행복할 날들이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 교수님께서 개강 첫날 해주신 구슬 이야기이다. 그저 동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무한한 희망으로 다가왔다. 그동안의 내 삶은 검은 구슬로만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엄마와 영원한 이별을 한 날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이별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가난은 나에게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적으로 다가왔고, 나는 15살 때 입주 과외 아르바이트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일을 해도 여전히 가난을 버티지 못했고 나는 그곳을 뛰쳐나왔다. 그 후 친척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죽기 살기로 공부에 매달렸다. 그러나 그나마도 좋지 않은 건강으로 반년 간 입원 생활을 했다. 하루하루가 검은 구슬의 나날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수십 번 삶을 포기할 생각까지도 했다. 그렇지만, 역시 흰 구슬도 존재했다. 끊임없이 공부하여 나는 수시 1학기로 당당히 우리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모두에게 자신의 고난은 세상에서 가장 큰 고난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고난으로 쓰러져도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건 행복을 줄 흰 구슬 역시 존재한다는 희망 때문이 아닌가 싶다. ‘위기’라는 단어의 정의는 ‘위험한 시기’이다. 그러나 당당히 말하고 싶다. 검은 구슬의 위기는 결코 ‘위험한 시기’가 아닌 ‘위대한 기회’라는 사실을 말이다. 일만 숙명인이 어떠한 검은 구슬의 위기도 당당히 극복하며 흰 구슬의 희망을 품고 최선의 삶을 가꿔나가길 바란다. 이렇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검은 구슬 때문에 죽을 것 같았지만 흰 구슬 때문에 하루하루가 행복한 산 증인이 바로 여기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어떤 구슬을 꺼내게 될까?

임연주 (인문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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