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 지금 이보다 학우들의 심정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가 또 있을까.
지난 한 주 내내 학우들은 딜레마에 빠졌었다. 과연 어느 선본을 뽑아야 할지, 기권표를 던져야 할지, 아니면 아예 투표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학우들은 혼란만 떠안은 채로 선거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그리고 투표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에도 학교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며 답답한 심정을 호소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초반부터 파행을 예고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빚어졌다. 후보자 등록과정에서 ‘우리’ 선본이 중선관위로부터 사전선거문제로 경고조치를 받은 일을 시작으로 선거 당일 ‘우리’ 선본의 사퇴 표명, 그리고 중선관위의 사퇴 거부 등 지난 일주일 동안 캠퍼스는 단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부터 네거티브 전략, 그리고 유권자의 방황까지 올해 총학 선거는 안타깝게도 진흙탕 싸움이 한창인 대선 형국과 꼭 닮았다.
지난 일주일간의 선거 과정을 지켜본 학우들은 조용하던 학교에 선거 과정의 문제가 일파만파로 퍼지자 매우 놀란 모양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거 파행 사태는 단순히 이번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현재 선거과정을 통해 공론화되고 있는 문제들은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학생회 선거 및 학생회 활동과 관련된 문제들이 누적돼있다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사전선거 운동 징계 문제, 선거 시행세칙 해석 등 선거과정에 관련된 문제로 인해 중선관위와 우리 선본의 대립과정을 지켜보는 안타까운 현실을 접하게 됐다. 중선관위의 구성이 선거 세칙 상 해당 연도에 활동한 총학생회 성원으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성향이 다른 선본에게는 비우호적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가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 불신? 와해? 그 어떤 것이든 학우들에게 이번 선거는 무감동 그 자체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잔인한 현실이기도 하다.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 주변이 고요해진 것처럼 선거는 일단 정지 상태에 접어들어 흥분됐던 분위기는 가까스로 가라앉은 상태다. 오는 화요일, 수요일이 지나면 진짜 선거는 마무리된다. 중선관위, 양 선본, 그리고 모든 학우들은 잠시 끈을 놓았던 이성을 되찾고 올바른 판단을 함으로써 지난주와 같은 파행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