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하늘에 본격적인 겨울을 알리는 첫눈이 내렸다. 거리에 나선 사람들은 첫눈을 맞으며 설레는 마음을 가족, 친구, 연인과 나누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않았다. 그날 저녁, 여러 포털사이트에는 ‘첫눈’이 인기검색어로 올라왔고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첫눈이 내린 서울의 거리 풍경을 앞 다퉈 보도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듯 해마다 이맘때면 비가 눈으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기상현상이다. 그런데도 첫눈 소식에 사람들이 유독 많은 관심을 갖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사람들이 첫눈에 기상현상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첫눈을 보며 비는 소원은 이뤄진다거나 첫눈이 올 때까지 손톱의 봉선화물이 바래지지 않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는 것처럼 첫눈은 기적이나 사랑의 약속을 의미한다. 이러한 첫눈의 의미를 반영하듯 최근 개봉한 영화 ‘첫눈’에서도 주인공 김민과 나나에는 첫눈이 내리는 날 돌담길을 함께 걷자는 약속을 한다.


하지만 첫눈이 언제나 사랑과 낭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들뜬 마음으로 첫눈을 맞이하고 있던 밤, 어느 공원에서는 40대 노숙자가 차갑게 내리는 첫눈을 맞으며 고단한 삶을 마감하고 있었다. 그에게 첫눈의 의미는 외롭고 가혹한 현실이었다. 쪽방촌 주민들에게도 첫눈은 결코 반갑기만 한 존재는 아니다. 그들은 첫눈을 보며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전에 걱정이 앞선다. 추운 날씨 탓에 시장 손님이 줄어들 걱정, 연탄 값 걱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살림살이가 고단한 사람들에게 첫눈은 겨울 채비를 시작해야 함을 의미한다.


첫눈에 대한 대조적인 시선은 불공평한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어떤 이들의 겨울은 따뜻하고 아늑하지만 또 다른 이들의 겨울은 냉혹하다. 같은 하늘 아래 계절조차 공평하지 않다니 참으로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내년에는 모든 이들의 눈에 아름다운 첫눈이 내리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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