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하고 싶다는 한 학생을 만났다. 그 학생은 학부생 때 미국의 하와이대에 교환학생으로 갈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그곳에서 들은 강의 중에 잘 알려진 교수의 동양 미학미술사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동양의 미술사를 가르치면서 한국 부분은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가르쳐서 이유를 물어보니 교수가 한국미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고 했다. 그 학생은 외국에 그렇게 무지한 분야로 남아 있는 한국미술에 대해서 답답함을 느끼고 외국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열정에서 한국미술사를 공부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미국 내에서 한국학이 발달한 하와이대가 그러한 형편이다. 미국의 대학에서 중국학과 일본학은 발달했어도 한국학은 언어와 현대문학을 제외하고는 전공 교수가 부족하다. 하버드대에서 고대 한국사로 박사를 받은 연구자가 서너 해 전에 자신의 전공으로는 연구를 계속하기 힘들어 다른 직업을 찾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동북공정 덕으로 한국에서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럽도 고대한국사로 학위를 받은 프랑스 학자가 연구 지원을 받거나 강의를 하지 못해 다른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외국에서 한국미술에 대하여 무지한 예 하나를 들면, 미국 대학에서 중국미술사 강의 주교재로 쓰이는 마이클 설리반의『Arts of China』란 책이 있다. 특이하게 고구려 무용총의 수렵도를 소개하고 있어서 처음에 볼 때에는 반가운 마음이 든다. 1980년대 이전까지 위진남북조시대의 회화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산수화의 시원을 보여주는 예로써 무용총의 수렵도가 실려 있다. 그런데 그림 제목을 보면 ‘Tomb of the Wrestlers(각저총)’로 돼 있어 다음 순간 얼굴이 붉어진다. 이러한 오기(誤記)가 제4판이 나오기까지 고쳐지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 미술이 외국에 제대로 알려지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몇 주 전에는 한 재단이 개설한 외국인 대상 역사 알리기 사업으로 미국 학생들에게 한국문화에 대하여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2주간의 일정으로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왔다는 고등학생들은 오전에는 반크(Vank) 소속의 한국고등학교 학생들의 강의를 들었다고 했다. 오전ㆍ 오후로 한국의 역사 문화에 대해 강의를 들을 기회를 가졌던 미국학생들에게 한국에서 고구려 벽화 잔편(쌍영총)과 모사도를 볼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소개하면서 혹시 방문했는지 물어보니 그런 일정은 없다고 했다. 강의 한두 번 듣는 것보다 미국 박물관의 동양미술실에 보관돼 있는 드문 한국 미술품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한 기회일 텐데 그런 일정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한국미술사를 수강하는 대학생들에게 수강 동기를 설문조사하면 본인이 외국의 미술을 더 익숙하게 느끼고 많이 아는데 정작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의 미술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안타까워서 알고 싶어서 신청했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이 있다. 예전에 국립중앙박물관 김홍남 관장이 한ㆍ중ㆍ일 역사분쟁에 대해 한국은 국제 사회에 아군이 없다고 했는데 가만히 보면 한국 전통 미술과 문화에 대한 무심함은 자국 내에서도 아군을 길러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김남조 시인의 시처럼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청명과 치유가 되는 한국의 미술이 제대로 널리 인식되도록 애써야겠다.


박아림 교수(회화과)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