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친구들은 취업 준비로 많이 바쁩니다. 우리 집 강아지, 꼬리를 흔들지만 이야기는 나눌 수 없습니다. 남자친구는 오늘도 야근을 한답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문득 드는 생각, ‘아, 외롭다.’ ㅡ 세상에 나만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쓸쓸한 생각이 든 적이 누구나 한 번 쯤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수선화에게>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이 한 구절로, 가엾고 약한 우리의 마음에 위로를 줍니다. 사람은 참 교활하게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싫은 상황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양보를 하는 것 같습니다. 새들도, 산 그림자도, 종소리도 외로워하고 심지어는 하느님도 외로움 때문에 눈물을 흘리신다니, 나의 외로움도 견딜만 한 것처럼 느껴지는 걸 보면 말입니다.


손혜진 (법학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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