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복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
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면,
물결 위에 실려가는 조그만 마분지조각이
미지의 중심에 아픈 배를 비빈다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희망과 절망의 연속이다. 어제는 비록 시궁창 같은 현실에 넘어져 울었지만, 오늘은 가슴에 한 조각의 빛을 품고 눈물을 훔치며 일어난다. 끝없이 흐르는 강에 실려 가는 저 마분지 조각처럼, 미지의 생 속에서 비록 아프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은 채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고유미 (인문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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