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갈등으로 학생들 무관심, 총여 운영 위기 불러와/대학 내 양성평등문화 정착위해 유지돼야

2007년은 대학 총여학생회(이하 총여)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해였다. 특히 한 대학에서는 교내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총여와 학교간의 갈등이 빚어진 사건이 사회 이슈로까지 이어져 신문의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각 대학마다 총여와 관련된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었다. 이에 숙대신보 여성부에서는 총여의 현주소를 진단해보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알아봤다.


부정적 여론 속, 총여의 위상하락

여대생인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총여학생회’. 1985년 여학생 자치기구로 처음 출범한 총여는 그 당시의 여성단체와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나갔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 사회 참여적 활동보다는 교내 성폭력 문제, 등록금 문제 등을 논의하는 학생기구로 성격이 바뀌었다. 특히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거나 여학생들만의 휴식공간인 ‘여학생 휴게실’을 확충하는 등 교내의 성차별적인 문화를 개선하고 여학생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활발히 활동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전국의 대학 총여는 학내에서의 갈등, 학우들의 무관심 등의 이유로 인해 점차 축소ㆍ해체돼 가고 있다.

지난 3월 성균관대(서울캠퍼스) 총여에서는 교내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 실명을 대자보로 붙였다가 일부 학생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경희대(서울캠퍼스) 총여에서는 사건의 전말을 정확히 조사하지 않고 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학생의 말만 듣고 교수의 처벌을 요구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총여를 둘러싸고 크고 작은 일들이 연이어 터지자 일각에서는 총여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지난 4월 연세대 총학생회는 총여학생회의 폐지 여부를 학생들에 묻는 투표를 시행할 것을 총여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했다.
또한 각 대학 여학생 문제에 대한 무관심은 총여의 운영에 차질을 가져와 총여가 축소ㆍ해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서울시립대, 경북대, 부산대 등의 학교에서는 수년째 회장후보로 나서는 사람이 없어 총여의 이름만 남아있고, 총학의 산하기구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들에 대해 한종원(한양대,03)씨는 “총여의 존재 자체가 대학 내에서 남성과 여성을 편가르기 하는 것 같아 총여에 대해 반감이나 생기거나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총여의 폐지는 아직 시기상조

서울 및 경기 소재 일부 대학의 총여 대표들과의 인터뷰에서 각 대표들은 ‘총여는 아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총여는 왜 유지돼야 하는 것일까? 그 답은 대학 내의 문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학 내여학생의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 문화는 남성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한양대 여성주의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남학생 문정해인씨는 “체육대회를 할 때에도 여학생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종목 자체가 없다. 있다고 해도 ‘팔씨름’ 정도인데 여기에 여학생이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그 여학생을 ‘여자가 아닌 남자’로 인식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대학 내 남성 문화가 주를 이루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한양대 총여 부회장 유원영씨는 “지난 대동제 때, 학교에 초청가수로 ‘원더걸스’가 와 서 공연했다. 여학생들은 다른 가수를 원했지만 전체 1만 5천 명의 학생 중 여학생은 4천 명뿐이라 수적으로 많은 남학생들이 원했던 ‘원더걸스’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문정씨는 “남성중심적인 문화가 만연한 대학 문화 때문에 여학생들을 비하하는 언사가 오고 가도 남학생이 스스로가 나서 지적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대학은 사회의 연장선상이기 때문에 교내에서 양성평등적인 문화가 이뤄지지 못하면 나아가 우리 사회도 변화될 수 없다.”며 총여의 존재 의의를 밝혔다.


앞으로의 과제, 모두가 공감하는 자치기구

이와 같이 아직도 성평등한 문화가 갖춰지지 않은 대학 내 상황으로의 볼 때 총여의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총여가 곱지 않은 많은 시선을 받고 있는 지금까지의 상황에서 벗어나 발전을 꾀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다. 이를 위해 최근 많은 대학 총여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한양대 총여에서는 역차별적인 제도라고 논란이 됐던 ‘생리공결제’에 대해 남학생들의 공감을 얻으려는 행사를 열었다. 이 제도에 대한 남학생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남용하지 않을 것을 서명하는 캠페인을 연 것이다.
또한 성균관대(수원캠퍼스) 총여에서는 올해부터 거의 모든 사업을 남학생들과의 참여를 고려한 행사 중심으로 시행해왔다. 연초에 서울 캠퍼스 내에서 총여와 학생들 간에 불미스러운 일로 총여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던 점을 고려한 것이다. 여기서는 지속적으로 금연 캠페인을 열어 상품과 게임으로 금연을 유도하는 사업을 열고 있다. 또한 축제 때는 부스를 세워 화장품과 비누 만들기행사를 개최했는데 오히려 여학생들보다 남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성균관대 총여회장 정근영씨는 “올해부터 다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하려 노력하니 총여를 바라보는 시선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총여 사업에 참여하는 남학생들의 참여율만으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유난히 다산다난했던 대학 총여. 총여가 연루된 일련의 사건들은 총여가 여성만의 권익만을 외치는 외로운 기구가 돼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남겨줬다. 이제 총여는 여성의 권익을 대변하되 더 나아가 학생들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자치기구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총여 구성원 스스로 총여의 존재에 대한 진정한 의의를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성균관대 총여회장 정근영씨는 “여학생들을 위한 복지나 문화가 향상돼 가는 만큼 총여의 역할이 축소돼 나중에는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그 때는 대체 기구로만 존재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발전과 퇴보의 갈림길에 서있는 총여. 총여가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전교생의 긍정적인 관심대상이 될 수 있는 자치기구로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양대학교 학생 게시판에 '여성용품 공동구매'를 홍보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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