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여성학 협동과정이 개설된 지 어언 10년. 짧기도, 길기도 한 이 10년을 기점으로 이제 더 이상 여성학 협동과정을 접할 수 없게 됐다. 최근 몇 년간 입학생과 재학생 수가 저조해 운영하기 힘들고, 여성 리더십 개발과 여성 리더 양성을 목적으로 개설됐던 애초의 목적과는 다르게 운영돼 학교의 비전과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학 협동과정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학교 측의 경영상의 문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매년 적은 돈으로 큰살림을 효과적으로 꾸려야 하는 고충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학교의 비전과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성학이라는 고유 학문이 대학 발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된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 또한 대학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다양한 학문 연마와 발전이라는 대학의 본질이자, 알맹이가 사라지지는 않을까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얼마 전 게이오대, 호세이대 등 일본의 유수 대학들이 약학부, 글로벌 교양학부 등 학과를 세분화하고 실용 학문을 신설하는 등 변화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각 대학들은 훌륭한 학생들을 우리 학교에 유치하기 위해서, 미국 대학으로 쏠리는 인재들의 발길을 일본으로 돌려보겠다는 취지로, 글로벌 경쟁 사회에서 일본 대학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변화를 꾀했다고 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효과적이고 빠른 발전을 위해’ 학문을 버리기도, 새로 포용하는 등의 행동은 비단 일본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세계 각 국의 대학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대와 발전의 방향은 계속 변화하기 마련인데, 때맞춰 학문을 폐지하고 포용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의 존재 이유이기도 한 다양한 학문 연마라는 알맹이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방법으로 이룬 대학의 발전은 진정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의 발전은 요즘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고, 어찌 보면 궁극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이 다양한 학문을 그 자체로 인정하지 않고, 수단으로 이용해 이룬 발전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학문 연구와 수양의 장인 대학 본연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발전을 이루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바짝 마르고, 결국에는 바스러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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