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 지난 기사
교내 여성학, 뿌리 없이 줄기만 남나?2008년부터 신입생 선발 안해
서어리 기자  |  smpser71@s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7.11.1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지난 10월 8일자 본지 1145호 1면에 게재됐던 우리 학교 ‘여성학 협동과정 폐지’에 대한 논란이 아직까지도 식지 않고 있다. 학내 구조조정문제, 여대에서의 여성학 교육 과정 필요 여부 문제 등 이번 폐지 사태는 교내ㆍ외에 몇 가지 시사점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에 숙대신보 여성면에서는 이번 여성학 협동과정 폐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을 살피고, 이와 관련된 문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두 명의 학우가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 붙은 '여성학 협동과정 폐지반대서명' 대자보의 내용을 읽고 있다
 
우리 학교 대학원 여성학 협동과정(석사과정)이 10년 운영 끝에 폐지가 최종 결정됐다. 지난 10월 발표된 2008학년도 대학원 신입생 전기모집요강에서도 여성학 협동과정은 제외됐다. 지난 10월 10일 열린 총장-재학생 간담회를 통해 우리 학교 이경숙 총장은 “여성학 협동과정을 설립한 목적은 여성 리더십 개발과 여성 리더 양성이었다. 그러나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운영됐고, 입학생 수도 적어 경영상에 문제가 있었다.”며 여성학 협동과정 폐지 사유를 설명했다. 한편 “현재 재학생들의 졸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며 폐지 결정으로 인해 재학생들에게 피해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내 여성학 교육과정의 폐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1년 개설됐었던 학부 내 여성학 연계전공 역시 2005년 ‘학생 수 부족’의 이유로 폐지된 바 있다.<본지 1133호 여성면 참고> 여성학 교육과정이 줄줄이 퇴출당하면서 이제 교내에서 여성주의적 가치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은 사실상 찾기 힘들어졌다.

여성학 놓고 학교와 학생, 비전 서로 달라


지난 8월 여성학 협동과정의 폐지 결정을 처음 통보받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 결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로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하고 있던 김영주(석사 4학기) 학우에게 여성학 협동과정 폐지 소식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김 학우는 “올해로 여성학 협동과정이 개설된 지 10년이 됐다. 선배들이 하나 둘 여성단체장, 보좌관의 위치에 오르는 등 서서히 그간의 성과가 드러나고 있는데 폐지 통보라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는 이번 일이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간담회를 통해서도 언급됐듯이 우리 학교 여성학 협동과정은 기존 여성학과의 설립취지와는 달리 리더십 구현을 위해 기능적 측면에 입각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입학한 학우들이 기존 여성학의 교육을 받기를 원하면서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우리학교 김주헌 기획처장은 “학교 측의 비전과 학생이 원하는 비전이 달라 협동과정의 방향성에 대한 문제가 계속적으로 제기됐고, 그것이 폐지 논의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재학생 측에서는 “여성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이라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데, 학교의 리더십 교육은 기능적인 부분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철학적 내용은 소홀히 했다.”며 학교 측의 비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방향성 상실’에 이어 경영상의 문제도 언급됐다. 김 처장은 “일반대학원의 경우 총 정원 내에서 각 학과마다 유동적으로 인원을 조정할 수 있다. 반면 협동과정은 최소로 정한 별도의 정원을 가지기 때문에 정원이 다 채워지지 않을 경우 등록금 수급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재학생들은 이번 폐지가 학교 측의 일방적 결정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어느 조직이든 구조조정을 할 때 의견수렴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협조와 설득을 구한 것이다.”고 말했다. 재학생 측은 지난 10월 초 피켓 시위를 통해 이번 폐지 결정 뿐 아니라 교육 과정이나 전임 교수 배치 등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데 있어 재학생들의 참여를 배제해왔다며 학교 측에 공식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온ㆍ오프라인 상에서는 여성학 협동과정 폐지반대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명에는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해 우리 학교의 여성학 협동과정 폐지문제가 단지 학교 내부의 문제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여성학 협동과정 폐지 소식에 '유감'


이번 사태에 대해 여성학계에서는 대체로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여성학회 윤형숙(목포대 여성인류학 전공 교수) 회장은 “그동안 숙명여대의 여성학 협동과정은 거의 전임교수 없이 운영돼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교 측에서 해당 과정을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유감”이라는 뜻을 표했다. 또한 동덕여대 여성학과 손승연 교수는 한 신문에 칼럼을 기고해 이번 폐지에 대해 ‘아쉽고도 상당히 의외’라고 전하며, ‘여성주의적 가치 개입과 실현을 통해 여자대학들은 여성리더를 배출하고 여자대학으로서의 존재이유를 찾아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시 말하면 여성학이라는 학문적 기반 없이 어떻게 여성 리더십을 구현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에 김 처장은 “본질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비전과 다른 이상 해당 과정을 지속시킬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러 논란의 여지를 남긴 채 우리 학교 여성학 협동과정은 마지막 재학생의 졸업을 끝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실 이번 여성학 협동과정 폐지 문제에서 비롯된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여대라는 이유로 꼭 여성학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가’이다. 그러나 이는 시원스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회에 여성주의적 가치가 인정되는 한 여성학이라는 학문적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그리고 여성학을 발전시키기는 데에는 여대만큼 좋은 곳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가 다시 여성학을 꽃피우는 지성의 터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서어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조희숙 셰프, 한식에 개성을 양념하다
2
섬유, 일상의 온도를 높이다
3
여성과 자동차, 세상의 편견을 깨다
4
나를 표현하는 다양한 자아, 멀티 페르소나
5
'코로나19 출입자 명부'에 대한 숙명인의 생각은?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인 : 장윤금 | 편집인 겸 주간 : 심숙영 | 편집장 : 이유민 | 발행처 : 숙명여자대학교|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윤금
우)140-742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47길 100 숙명여자대학교 숙대신보사
행정실 ☎ 710-9150 (Fax) 706-2695 / 편집실 ☎ 710-9721 / 9152
Copyright © 2020 숙대신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mnews@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