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가

김 혜 순

죽은 어머니가 내게 와서
신발 좀 빌어달라 그러며는요
신발을 벗었더랬죠

죽은 어머니가 내게 와서
부축해다오 발이 없어서 그러며는요
두 발을 벗었더랬죠

죽은 어머니가 내게 와서
빌어달라 빌어달라 그러며는요
가슴까지 벗었더랬죠

하늘엔 산이 뜨고 길이 뜨고요
아무도 없는 곳에
둥그런 달이 두 개 뜨고 있었죠

색이 더해져 햇빛을 반사하는 나뭇잎과, 옷깃을 스치는 제법 을씨년스러운 바람의 행보는 어느덧 가을이 왔음을 말해줍니다. 이 가을의 문턱에서 제가 소개하고 싶은 시는 딸의, 어머니를 향한 ‘아낌없이 빌어주고 벗어주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시를 통해 비록 화자처럼 어머니께 모든 것을 빌어드리진 못할지라도, 잊고 지내던 ‘사랑합니다’라는 따뜻한 말 한 마디를 전해보면 어떨까요?

임미혜(인문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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