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행자의 통행방향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얼마 전 건설교통부가 ‘우측통행’에 관한 타당성 조사를 의뢰한데 이어 송파구도 최근 좌측통행 폐지 캠페인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좌측통행은 일제의 잔재이며, 차량을 마주 보고 걸어야 하기에 사고 위험률이 높고, 신체 발달상 우측보행이 자연스럽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기존의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첫째, 1921년 조선총독부령에 의해 통행방향이 일방적으로 좌측으로 바뀌긴 했지만, 해방 후인 1946년 보행자 좌측통행은 그대로 두고 운전자만 우측통행하는 것으로 체계를 바꿨다. 즉, 해방 직후 차의 통행방향을 바꾸면서 일제의 통행체계를 이미 타파한 것이다.

 둘째, 보ㆍ차도가 구분돼 있는 도로는 이미 연석 등으로 차와 보행자를 분리하고 있기 때문에 교통사고 위험 방지책이 마련돼 있다. 오히려 우측통행을 할 경우 보ㆍ차도가 구분돼 있지 않은 도로에서의 교통사고가 늘어날 수 있다. 보행자가 오른쪽으로 걸으면 자동차와 보행자가 같은 방향으로 통행하게 되는데 이 때, 보행자는 자신의 뒤쪽에서 다가오는 차를 신속하게 인지할 수 없어 사고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보장구가 필요한 지체장애인이나 노인들의 안정성 문제도 있다. 그들은 대부분 오른손으로는 보장구를, 왼손으로는 계단의 지지대를 잡으며 이동한다. 만약 보행자의 통행방향이 우측으로 바뀐다면, 그들은 오른손에 있는 보장구 하나에만 의지한 채 아무런 지지대도 없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계단을 이용한다면 분명 치명적인 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보행자 좌측통행은 약 80년 간 유지돼 왔으며 습관처럼 일상화됐다. 대부분의 교통환경 인프라 또한 이것을 기준으로 짜여져 있다. 때문에 보행자 우측통행은 득보다 실이 더 큰 정책이다.

한빛(영어영문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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