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들어 더 많은 교실에 전자출석기가 설치됐다. 그동안 주로 대형 강의실에서 볼 수 있었던 이 기계를 이제는 중형 강의실에서도 이용하게 된 것이다. 수업이 시작되면 출석부터 부르면서 새로운 학생들의 얼굴도 익히고, 또 눈으로 뿐만 아니라 소리 내 이름을 부름으로써 학생들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전자출석기의 출현으로 수업 시작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물론 기계가 있다고 해서 꼭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수강인원 20명 이내의 전공강의일 경우 이름을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새로운 출석체크 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해 전자출석기를 사용하기로 하자 학생들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갑자기 생각이 난 듯 벌떡 일어나 전자출석기를 향해 가기도 하고 아예 학생증을 깜박 잊고 가져오지 않았으니 출석확인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할 수 있기 위해 치룬 긴 시간과 엄청난 에너지, 그리고 상당량의 금전적 대가를 생각하면 강의출석은 의무라기보다는 권리라고 해야겠다. 권리의 주체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전자출석기까지 동원되고 그 결과를 성적산출에 반영하도록 돼 있으니 대단히 타율적인 관리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검열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안타깝다.

수업뿐만 아니라 강연회나 문화행사를 비롯한 각종 교내 행사의 참석률 역시 출석확인을 통해 타율적으로 조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9월 19일로 예정됐다가 날씨 때문에 11월 13일로 연기된 ‘가을운동회’에서도 학생들의 출석확인문제가 행사에 관한 주요 공지사항 중 하나였다. 교내 행사에 학생참여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운동회를 흥미롭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주최 측에서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대학사회에서 필요로 하고 또한 학생들의 수요에도 부응하는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 대부분의 경우들에서 학생동원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학인들의 관심이 학교를 떠나있다는 괴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은 학생들의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이다. 학술 및 문화 관련 행사를 대학만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는 기관도 찾기 힘들다.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야말로 시ㆍ공간의 효율성을 최대화할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한 대학 문화공동체의 주체이다. 이 가을 학내의 풍성한 행사에 여러분의 자율적인 참여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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