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장애인한국대회’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고양시 킨텍스에서 세계장애연맹과 한국장애인연맹의 주최로 열렸다.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는 세계장애인한국대회에는 장애인 문제에 관심 있는 전 세계 150여 개국 3,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우리의 권리, 우리의 협약, 모든 인류를 위해’라는 주제 하에 열린 이번 행사는 전체회의, 분과회의, 세계장애여성지도자회의, 사진 전시회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이번 행사는 장애 여성에 초점이 맞춰진 행사들이 많았다. 장애 여성에 대한 ‘성적학대ㆍ착취’등의 주제로 꾸며진 분과회의, 세계여성장애인 지도자들의 모임인 ‘세계여성장애인대회’ 등은 장애 여성의 실상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당사국 정부는 장애인 문제를 제대로 자각해야 하며, 새로운 국제조약을 체결해 하나의 언어로써 전 세계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자가 외국어로 말하자 1,500여 명이 한 눈에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한국어 자막과 수화영상이 동시 상영됐다. 지난 6일, 일산 킨텍스 1홀에서 진행된 ‘제7회 세계장애인한국대회’ 행사의 한 장면이다. 이번 세계장애인한국대회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행사장 곳곳을 누벼봤다.

“장애 여성을 위한 취업교육의 기회 없어”
아침 9시, 이른 시각부터 킨텍스 1홀 회의장은 전체회의에 참여하려는 1,500여 명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 세계 150여 개국의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진 가운데 ‘장애인권리협약과 정부역할’를 주제로 강연이 시작됐다. 강연을 맡은 유럽연합 장애포럼 법률자문 테레샤 디게너(Theresia Degener)씨는 “정부 주도로 국제적 조약인 ‘장애인권리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 문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NGO 등 여러 기구에서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회의가 끝나고 다음 순서로 분과회의가 시작됐다. 2홀에 설치된 6개의 부스에서는 장애아동과 장애청소년, 개발도상국의 자립생활운동 등의 논제들에 대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 부스는 장애 여성 테마만 단독으로 다뤄지는 ‘워크숍 Ⅰ’이었다. 이 워크숍은 ‘장애여성과 품위있는 일자리’ ‘성적학대ㆍ착취’ ‘재생산권과 장애여성’ 3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장애 여성의 일자리 문제에 대해 발표한 허혜숙씨는 “우리 사회는 일반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지만 장애인 여성이 취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없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장애 여성들에게 마련된 기존 일자리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일자리를 제공하더라도 장애 여성의 흥미나 적성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일자리만을 지정해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장애 여성이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범위의 혹은 틀에 박힌 취업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취업문제에 대해 “장애 여성을 고용하는 기업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잠정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장애 여성에 대한 성적학대와 착취를 주제로 발표한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의 장명숙씨는 “장애 여성 피해자 1인당 가해자가 2명 이상이라는 점에서 장애 여성의 성적 착취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근절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촉구했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의 전인옥씨는 “장애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장애가 2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분과회의는 약 7시간이라는 긴 시간 진행됐다. 그러나 발표자와 참석자들은 지루한 기색 없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 장애 여성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느끼게 했다.

저녁 7시, 1홀의 전체 회의장에 세계장애여성지도대회를 준비하는 스텝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이 대회에서는 장애 여성을 위해 힘쓴 여성지도자들을 환영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여성국악실내악단 ‘다스름’의 연주로 시작한 이 대회에서는 여성지도자들이 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지속적인 교류와 연대를 만들어 갈 것을 다짐했다.

“일회성 보다 지속적인 행사 원해”
이날은 회의 말고도 참가자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들이 다양하게 마련됐다. 분과회의장 밖 전시장 한쪽에서는 장애를 딛고 성공한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됐다. 특히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씨, 전통수예공예가인 지체장애 1급 이정희씨 등의 모습들이 담긴 사진들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한국장애연맹 소속인 이 모씨는 “사진들을 통해 장애 여성들도 일반인들과 모든 것들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시장 입구에는 휠체어리프트차량과 수동으로 받침대를 설치해서 올라갈 수 있는 차량이 전시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번 세계장애인한국대회는 세계 각국의 3,500여 명의 사람이 참가해 세계장애인문제를 하려는 결의를 다질 수 있는 행사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뒤 이곳저곳에서 행사 전반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원봉사자’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올린 어느 참가자는 ‘외국손님이 대다수였음에도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운영이 허술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시장애인여성연합의 김예진씨는 “세계적인 행사가 한국에서 개최됐지만 장애인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해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장애연맹의 김 모씨는 “장애인의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이러한 행사들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이어졌으면 한다.”며 장애인에 대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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