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에 다니는 20살 김태규(불교학부 07) 씨는 학교에서 재테크하는 대학생으로 유명하다. 김 씨는 용돈과 과외로 한 달에 120만 원 정도의 수입을 버는데 그 돈을 제대로 관리해서 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적립식 펀드를 시작해 지금은 직접 주식투자도 하고 있다. “나중에 4~50대가 돼서 10억을 벌려면 한 달에 몇 십 만원 씩 투자해야 하지만 지금부터 하면 한 달에 몇 만원씩만 투자해도 되요. 사회 경험을 미리 한다고 생각하고 하면 미래 경제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어렸을 적 꿈이 ‘내 집 마련’이었다는 태규씨의 목표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천만 원을 모으는 것이다.

대한민국 20대의 꿈은 ‘정당한 부자’

대한민국 20대는 지금 재테크에 푹 빠져 있다. 절약의 시대에서 운용의 시대로, 투기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변하면서 젊은이들의 부에 대한 개념도 변한 것이다. 돼지저금통의 추억에서 이제 막 벗어난 20대들도 단순한 절약이나 저축이 아니라 돈을 운용하고 투자를 하면서 시대에 발걸음을 맞추고 있다. 공모전정보미디어 ‘씽굿’과 취업ㆍ경력관리 포털 ‘스카우트’가 이달 초 20대 젊은이(대학생 및 구직자) 450명을 대상으로 ‘20대 재테크 관심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5.4%가 ‘재테크에 관심있다’고 답했다.


20대들의 재테크에 대한 관심은 대학가의 투자동아리와 인터넷 커뮤니티 열풍으로 이어진다. 재테크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동국대 금융투자동아리 ‘리치(Rich)’는 입회 경쟁률만 약 6대 1일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싸이월드에 개설돼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20대! 부자만들기’(20rich.cyworld.com)도 9만 30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정기적인 세미나를 열고 정보를 교환하는 등의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가 강의실에도 재테크 열풍은 불고 있다. 지난 5일, ‘20대 경제 재테크’ 강연을 위해 ‘MBC 경제야 놀자’의 정복기 상무가 서울여대 강단에 섰다. 강연장은 재테크에 관심 있는 많은 20대들이 모여 그 열기가 뜨거웠다. 정복기 상무는 “앞으로 가정이나 직장 등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재테크의 움직임과 함께 돌아가는 세상이 옵니다. 여러분은 이제 우물 안 개구리로 살지 말고 사회를 넓게 보는 눈을 키워야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20대에게 초점을 맞춘 쉬우면서도 전문적인 재테크 방법을 전달했다. 강연에 참석했던 황지혜(서울여대, 중어중문 07)씨는 “그동안 재테크에 관심은 많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를 몰라 강연을 찾게 됐다. 앞으로 재테크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실전에 옮겨봐야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서점에는 20대를 겨냥한 재테크 서적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베스트셀러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에서부터 ‘100만원으로 시작하는 파워재테크’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 등 20대에게 재테크의 중요성과 기본 원리를 설명하는 책들이 출시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 “일찌감치 준비하려구요.”

요즘 대학생들은 ‘솔직히 돈이 좋다.’ 라는 말을 당당하게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대학생들이 인식하는 부자의 개념도 변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라면 사회에서 존경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예전처럼 부자를 ‘돈만 밝히는 속물’이라는 편견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학교 2학년 박하영씨는 “인생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자본주의 시대 속에서는 돈을 잘 운용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부자가 되기 위해 어려서부터 꾸준히 노력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대들이 일찌감치 재테크에 눈을 돌리게 되는 데에는 부의 개념 변화와 함께 사회 문제가 젊은이들에게 끼치는 영향도 한 몫 한다. 우리 학교 안석환(경제학 전공) 교수는 “양극화, 집값 폭등, 노후 문제, 취업 전쟁 등이 가중되면서 20대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를 갖게 된다.”며 “그러한 사회적 문제로 인해 가진 자의 계층에 속해야 한다는 절박성이 대두되고, 노후 대비나 내 집 마련, 자녀 교육 등의 비용이 높아 젊은 시절부터 돈을 모으지 않으면 안정된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돈만 잘 번다고 부자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20대 재테크’ 열풍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학생 때부터 돈에만 관심을 갖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안 교수는 “돈에 대해서 일찍부터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행동일 수 있다.” 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돈에만 관심이 가중될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경우 적절한 교양과 문화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그 시련으로 인해 인생에서 쉽게 절망하고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안 교수는 “돈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자신의 정신세계를 안정시키고 건강한 육체를 갖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를 덧붙였다.



제 2의 워렌 버핏과 빌게이츠를 꿈꾸는 대한민국 20대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 꿈이 이뤄지는 날까지 ‘20대 재테크 열풍’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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