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각 대학들은 2008학년도 2학기 수시 입학 전형 원서접수를 받고 있다. 지난 초여름 교육인적자원부는 각 대학에 내신 성적 반영 비율을 50% 이상으로 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이를 따르지 않은 대학들에게 행정 및 재정적인 제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학들은 학생선발에 관한 사항은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대응했다. 정부와 대학 간의 마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는 고려대학교가 내신 성적 실질반영 비율을 30% 이하로 반영하고 현재 대학입학정원에서 160명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해 또 한 번 대학을 향한 재정적 지원을 무기로 삼아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를 취했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 대학들은 자발적으로 대내외의 변화와 개혁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굳이 정부 당국의 간섭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변화에 소극적인 대학은 자연히 도태돼 좋은 신입생을 선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정부 당국이 대학의 학생 선발에 대해서 보다 유연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와 대학 모두 대학교육의 경쟁력이 국가발전에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같으나 그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가 대학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학의 의견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도 산업이다. 대학들은 좋은 학생을 뽑으려고 서로 경쟁한다. 학생들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경쟁한다. 이런 경쟁이 살아있어야 한국 교육의 경쟁력이 생기게 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제임스 멀리스 교수의 말이다. 또 미국 브라운 대학교 루스 시몬스 총장은 “정부가 대학 교육에 개입하면 대학의 장점인 창의성과 혁신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정부는 이들의 말을 다시 한 번 새겨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 글로벌 시대에서 우리의 경쟁 상대는 외국의 우수 대학들과 그곳에서 배출되는 인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이러한 상대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정부의 간섭에 대응하는데 소비하는 시간들을 연구와 교육에 투자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대학들이 세계 우수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대학총장이 같은 테이블에 어색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사진이 모 일간지에 실려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이들은 같은 테이블에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동안이나 대화가 없었다고 한다. 앞으로 이러한 모습을 보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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