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낯선 붓과 친해지는 대화를 할 거예요. 붓은 연필이나 볼펜처럼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먹물처럼 어스름이 짙어오는 늦은 오후, 한국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자리에 모였다. 회화과 정선희 교수와 함께 한국화를 배우는 교양수업 시간이다.


화선지를 펼쳐 든 정 교수는 “화선지는 여린 여인과 같아서 붓으로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줘야 해요.”라며 붓과 화선지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어 정 교수는 회화과 학생들의 작품을 보여주며, 먹과 붓의 궁합인 수묵기법을 설명했다. 한국화 수업은 수묵화를 그리기 시작하여 점차 크로키, 채색화를 그리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날 진행된 수묵화 강의는 낯선 붓을 손에 익숙하게 하기 위한 초반 단계다.


그림을 연주하려는 듯 지휘자처럼 붓을 치켜든 정 교수는 “붓은 화선지와 하나입니다. 나와 화선지 사이에는 붓 하나만큼의 거리가 있죠. 화선지에 원하는 그림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감정을 가지고 붓과 하나가 되어야 해요.”라며 학우들을 모아 시범을 보이기 시작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했더니 여기가 약간 삐뚤어졌네요. 붓을 쥐고 그림을 그릴 때는 정신을 집중해야 해요.” 이어 정 교수는 먹의 농담과 선의 표현을 강조하며 각자 자리로 돌아가 가로선과 세로선을 그려 볼 것을 주문했다. 학우들은 지침대로 숨소리마저 미안할 정도로 붓 끝에 집중했다. 정 교수는 조용히 연습을 하고 있는 학우들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 시범을 보여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화에 낯설어 하는 타 학과 학우들이 한국화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업을 들은 이윤경(공예 04) 학우는 “졸업 전에 한국화를 배워보고 싶었어요. 서양화는 동양화보다 배울 기회도 많고, 배울 곳도 많잖아요”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학에서 ‘교양’이라고 배우는 대부분의 과목들은 사회에 나가면 ‘필수’입니다. 더군다나 사회에 나가면 교과서 지식보다 예술적 감각이 중요할 때가 많아요.”라며 “대학 재학 중 한번이라도 미술 수업을 수강했다면 분명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교양미술(한국화)은 일반교양에 속해있다. 우리 생활에서의 낯선 재료인 먹과 붓, 화선지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으며, 먹ㆍ붓ㆍ화선지 삼합의 맛과 종이 위에 흐르는 여백의 아름다움을 직접 그려 봄으로써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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