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는 30일(수)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성인 9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3%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할 명절이 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추석엔 다른 해보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않는 가정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명절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평소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이들에겐 다행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명절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적절한 변명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가정에서 코로나19가 추석 모임 불참의 이유가 돼 주진 못한다.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추석 모임으로 향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명절증후군에 시달린다. 명절증후군의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 잘 알려진 것은 바로 ‘명절 잔소리’다. 결혼, 취업 등 인생의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청장년들에겐 가족들의 미래에 대한 질문이나 충고 한마디가 무엇보다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명절이 돌아올 때마다 명절 스트레스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면서 인터넷에선 잔소리를 하려면 그에 해당하는 일정 금액을 지급하라는 의미의 ‘명절 잔소리 메뉴판’이라는 사진까지 등장했다.

평소에 비해 높은 강도의 가사노동도 명절 모임을 꺼리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유교 문화가 뿌리 깊이 자리를 잡은 한국에선 명절에 제사를 지내는 집안이 많다. 제사 음식은 그 준비 과정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대체로 모든 가족이 협동해서 준비하는 대신 준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따로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특히 기혼 여성들은 명절에 주방에서 살다시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많은 주부가 명절이 지난 후 심한 관절염에 시달리는 이유를 우리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한다.

그 밖에도 여러 이유로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명절 문화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계속돼 왔다. 예로부터 해마다 모든 가족이 모여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 덕담을 나눴던 명절은 언제부턴가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민속성이나 전통성을 이유로 들며 구시대적 명절 풍습을 고수하다가는 먼 훗날 명절의 의의가 완전히 퇴색될지 모른다. ‘일하는 사람 따로, 절하는 사람’ 따로인 명절 대신 모든 가족 구성원이 행복할 수 있는 명절을 되찾아 민족적 풍습을 계승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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