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매체별 이용 시간(학생)’에 따르면 학생들의 평일 웹툰(Webtoon) 사용 시간은 평균 60.1분이다. 웹툰은 스마트폰을 통해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작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독자들이 약 5분 동안 읽는 웹툰 한 편을 위해 작가는 한 컷, 한 회, 한 시즌마다 정성을 들인다. 웹툰의 줄거리와 그림을 통해 자신이 고민했던 문제를 담아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려 노력한다는 웹툰 ‘어글리후드’의 미애 작가를 만나보았다.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안세영 학우는 자신을 ‘대형 신인 작가’라고 소개하며 웹툰계에 등장했다. 안 학우는 네이버 웹툰(Naver Webtoon)에서 ‘미애’라는 필명으로 ‘어글리후드’를 연재하는 웹툰 작가다. 처음 별명을 짓게 된 이유를 묻자 안 학우는 “토너먼트(Tournament) 형식으로 승자를 가리는 ‘네이버 웹툰 최강자전’에 참가하면서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 웹툰 연재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라며 “처음엔 잘난 척하는 것 같아 민망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줘서 다행이에요”라고 말했다.

안 학우는 웹툰 ‘어글리후드’를 통해 작가 ‘미애’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어글리후드는 외계인이 유일신으로 군림하며 맹목적 신앙심을 강요하는 가상 사회를 배경으로 한 웹툰이다. 주인공 엘사는 우연한 사고로 외계인의 힘을 얻고 영웅인 ‘어글리후드’가 돼 세계에 맞선다. 안 학우는 “예전부터 인간과 말이 통하고 인간을 닮은 외계인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라며 “외계인 음모론, 만화책 등 외계인과 관련된 것들에서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었죠”라고 말했다.


어글리후드는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안 학우의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외계인에 대항하는 주인공을 돕기 위해 많은 인물이 모인 장면에서 ‘뭐라는 거야, 집에 언제 보내줘’라는 대사로 심각한 분위기를 가볍게 반전하기도 한다. 그만의 톡톡 튀는 개그는 다른 액션 만화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안 학우는 “평소 유쾌한 성격이다 보니 딱딱한 주제를 다루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죠”라며 “이제는 틈만 나면 어디에 재미있는 장면을 넣을까 고민하게 돼요”라며 웃었다. 안 학우는 독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동영상, 글귀 등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어글리후드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 안 학우는 “맹목적인 믿음을 무기로 타인의 의견을 배척하는 사건들을 접하며 그것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고민해왔어요”라며 “개인의 책임까지 다른 존재에게 미루는 것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다루고 싶었죠”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내용을 담은 어글리후드의 여러 설정에는 어김없이 그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안 학우는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은 유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라며 “중심인물의 과거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폭력에 노출된 개인이 겪는 변화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보여주고자 했죠”라고 말했다.


어글리후드는 소년 액션 만화로는 드물게 여성이 서사에서 중심인물이 된다. 안 학우는 “거창한 의도가 있어서라기보단 제가 여성인 만큼 여성 캐릭터에 더 이입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설정하게 됐어요”라며 “제 만화에는 저나 제 친구들처럼 현실적인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싶었거든요”라고 말했다. 안 학우는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내심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초기의 ‘엘사’와 자신이 비슷하다고 했다. 액션 만화를 읽으며 ‘주인공이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의 어릴 적 바람을 실현한 것이다.


안 학우는 작가의 의도를 독자 스스로에 맞게 받아들이길 바란다.안 학우는 “웹툰을 재밌게 즐겨주시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죠”라며 “만화의 의도는 받아들이는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 학우는 독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세심하게 고민한다. 그의 웹툰 어글리후드는 서사의 입체성을 가지면서도 권선징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사건이 전개된다. 이는 ‘잘못을 저지르면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그의 가치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낮은 연령층의 구독자를 고려한 흐름이기도 하다.

 



부담감을 원동력 삼아 성장하다

작업을 도와주는 사람들과 작업실에 한정되지 않은 작업 장소는 안 학우의 작업 환경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그가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은 현재 채색과 펜선 따기 작업을 도와주는 어시스턴트(Assistant)로서 그와 함께 일하고 있다. 안 학우는 “학교에 다닐 때 대학 친구들과 함께 살다시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라며 “어시스턴트들에게 부탁을 많이 하는 편인데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품을 연재하면서 밤낮을 바꿔 생활하는데도 어시스턴트들이 모두 저에게 맞춰주고 있어 고마움을 느껴요”라고 덧붙였다. 안 학우는“그림 작업은 집에서 하되 내용은 놀이터나 공원에 혼자 앉아서 구상해요”라며 “사람 없이 탁 트인 곳에서 영감이 잘 떠올라요”라고 말했다.


안 학우는 사람들의 반응에 의해 흔들리던 때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갔다. 안 학우는 “연재 초반엔 백만이 넘는 조회 수를 보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내 만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다가왔어요”라며 “작품 연재가 저의 한계와 약점을 독자들에게 드러내는 일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죠”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비난 댓글 한 줄에 세 달을 괴로워하던 때도 있었고, 내용이나 그림체에 대한 비난 한마디에 만화의 진행이 흔들릴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야만 후회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는 타인의 생각보다 자신의 생각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안 학우는 “타인의의견에 얽매이다 보면 정말 보여주고싶은 걸 표현하기어렵더라고요”라며 “제가 원하는 걸 저만의 방식대로 해야만 나중에 후회가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순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그것이 가능해졌다.


안 학우는 독자들에게 친근하고 재밌는 이미지로 다가가고자 노력한다. 그는 블로그(Blog)와 팬 카페(Fan Cafe)에 직접 그린 그림과 글을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소통하고 있다.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선 그의 일상을 공유하고,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의 질문에 답변해 주기도 한다. 그는 “팬들과의 소통에서행복을 느낄 때가 많아요”라며 “부족함이 많은 웹툰이지만 애정을 가지고 읽어주는 독자들에게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안 학우는 조건 없는 팬들의 사랑에 더 좋은 웹툰으로 보답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공예과 학생, 웹툰작가가 되다

안 학우는 공예과에 진학했지만 만화가의 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어릴 적부터 만화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도전을 망설였다. 안 학우는 “과거엔 만화가가 지금과 같이 좋은 대우를 받는 직업이 아니었어요”라며 “꼭 만화 분야가 아니더라도 미술을 하고 싶어 성적에 맞춰 공예과에 진학했지만 저와는 잘 맞지 않았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 진학 이후 웹툰 시장이 점차 커지고 웹툰작가의 위상도 높아졌다. 이에 안 학우의 어머니가 지나가듯 웹툰 작가 준비를 제안했고, 안 학우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웹툰 출품을 준비했다.


공예과에 진학해 진로에 대해 고민했던 안 학우는 전공과 적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우들에게 깊이 공감한다. 안 학우는 “제 주위에도 전공을 살려 취직한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라며 “늦었다고 불안해하기보다는 지금이라도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조언했다. 대학생이면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딜 준비를 하는 시기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학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큰 자산이 됐다. 비록 지금은 전공과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대학에서 얻은 것들은 지금의 안 학우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안 학우는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과 현재까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다. 안 학우는 “전공은 적성에 안 맞아도 학과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잘 맞는것 같아요”라고 덧붙이며 대학시절에 만난 친구들을 여러 번 언급했다. 안 학우는 “공예를 하며 발주를 맡기고 많은 사람을 만난 경험도 작가 생활에 큰 도움이 됐죠”라고 말했다. 비록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어도 부지런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던 경험은 그를 더욱 성장하게 만들었다.


지난 학기 복학한 안 학우는 웹툰 연재와 학교생활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어글리후드 시즌1의 완결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매주 주어지는 수업과 과제들은 그에게 큰 부담이 됐다. 그는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성격이라 웹툰 외의 일에는 신경을 쓸 수가 없었어요”라며 “이번 학기는 등록금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수업을 듣겠다고 다짐했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현재 안 학우는 어글리후드 시즌1 연재를 마치고 휴식하며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이다. 그는 “웹툰을 연재하며 쉬는 날 없이 일하다 보니 후반부에선 내용 구상과 그림 작업이 정말 힘들었어요”라며 “적당한 휴식을 취해야 만화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을 깨달았죠”라고 말했다. 안 학우는 앞으로 200화 정도 남은 분량을 두 시즌에 나눠 시즌3까지 연재할 예정이다.


안 학우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학우들을 응원했다.오히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학우들의 모습에서 자신이 배울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학우들이 학교에서 노력하는 만큼만 한다면 사회에서 성공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라며 “저도 해냈으니 다른 학우들은 더 멋지게 성공할 거예요”라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안 학우는 웹툰 ‘어글리후드’에 평소 그가 고민해왔던 주제를 담아냈다. 계급제도와 외계인 등 실재하지 않는 소재들을 통해 종교에 대한 맹신, 차별, 폭력과 같은 우리 사회에 실재하는 문제점을 짚어낸다. 안 학우는 “웹툰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긴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만화로만 표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독자들이 개인의 상황에 맞게 만화를 즐겨주길 부탁했다. 컷에 담긴 그림과 말풍선으로 전하는 작가의 메시지를 자신의 상황에 맞게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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