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물’들의 향연, 인스턴트 차 음료 열풍

요즘 젊은 여성들이 물과 친해졌다. 수업, 식사, 수다 중에도 손에 든 물병은 떨어질 줄을 모른다. 그런데 그 물 맛이 달달하지만은 않다. 약간 떫고 쌉싸름한 맛, 맹맹한 맛. 기존 젊은 세대들이 원하던 시원한 청량감도 없고, 상큼함도 없는 물인 곡물 ‘차(茶)’에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플라스틱 팩 속에 담긴 인스턴트 차 열풍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꺼내본다.


2005년 17가지 차 성분이 함유된 혼합차 제품이 국내 음료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이후로 차 시장 규모는 날로 거대해지고 있다. 녹차에서부터 보리차, 옥수수차, 옥수수수염차, 검은콩차, 누룽지차, 이슬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 음료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6년 차 시장 규모가 전년에 비해 60% 늘었고, 올해 역시 작년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대해진 시장 규모만큼 구매 연령층도 한층 다양해졌다. 아니, 대거 바뀌었다. 기존 차 시장의 주 고객 층이 중ㆍ장년층이었다면, 최근 차 음료의 열풍을 선도하는 주 고객층은 2~30대의 젊은 여성이다. 중ㆍ장년들의 기호식품으로 여겨지던 ‘차’가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게 젊은 여성들의 ‘MUST HAVE’아이템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 탄산 음료를 즐겨 마셨다는 대학생 김미진씨는 최근 들어 강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곡물 음료를 꼭 사들고 간다. 김씨는 “차 음료는 담백해서 계속 마실 수 있어 좋다. 또 왠지 차를 마시면 건강에도 좋을 것 같고, 몸매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2~30대 여성들은 몸매관리와 건강증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를 원한다. 최근 시판되는 차 음료가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큰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여성들의 구미에 맞도록 ‘다이어트’와 ‘참살이(웰빙)’을 표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차 음료가 참살이와 다이어트 열풍을 연결시킨 데에는 광고ㆍ마케팅의 힘이 컸다. 최근 2~3년 사이에 차 음료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후 각 회사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톱스타들을 기용해 날씬해지고, 건강해지려는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다이어트는 물론이요 스트레스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내세운 녹차 브랜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를 강조하는 검은콩차 브랜드, 노화방지, 변비개선, 모발건강 등을 내세운 또 다른 검은콩차 브랜드. 같은 재료인데도 회사마다 내세우는 효능은 각기 다르다.
별다른 효능을 내세우지 않은 채 이미지만 부각시키기도 한다. 갸름한 턱선, 즉 ‘V라인’을 만들 수 있다는 이미지만 내세운 어느 옥수수수염차 브랜드가 그렇다.


그러나 이 광고들은 소비자들로부터 몇 가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과연 이런 차 음료가 광고에서 선전하는 것처럼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대학생 양정은씨는 평소 티백 녹차를 즐겨 마시다가 최근 얼굴이 갸름해진다는 광고를 보고서는 옥수수수염차를 마시게 됐다. 그러나 매일 이 음료를 마시면서도 양씨는 음료의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한다. 그는 “광고에 이끌려 매일 마시기는 하지만,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연 차 음료가 실질적으로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을까? 우리 학교 성미경(식품영양학 전공) 교수는 “최근 출시되고 있는 차 음료들이 전면적으로 광고하는 것처럼 특별히 다이어트에 주효한 성분이 포함된 것은 아니다. 청량음료나 과일음료와 같은 다른 음료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살을 찌게 하는 성분이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소비자들이 알아둬야 할 사실이 있다. 이뇨작용과 부기 제거에 효능이 있다고 널리 알려져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옥수수수염차는, 실제 출시되고 있는 인스턴트 옥수수수염차는 엄밀히 따지면 옥수수수염차가 아닌 일반 옥수수차에 가깝다. 실제 함량이 옥수수수염보다 옥수수가 더 많기 때문이다. 제품에 함량표시만 하면 제품명으로 사용하는데 법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옥수수차에 가깝다할지라도 ‘옥수수수염차’로 포장돼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제품명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채 옥수수수염차의 효능을 기대하고 구매할 수 있다.


법에 저촉될 위험만 간신히 넘긴 채 광고하는 음료 중에 또 하나 들 수 있는 사례는 바로 ‘0㎉’음료다. 성 교수는 “최근 ‘0㎉’라고 소개되는 많은 차 음료들이 실제로 다 0㎉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식약청의 식품표기법에 따르면, 100㎖ 당 5㎉ 이하는 ‘0㎉’로 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법적인 차원의 문제를 꼬집을 수는 없지만 어떠한 면에서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눈속임’작전을 펼친 셈이다.


성 교수는 지금의 차 음료 트렌드에 대해 “현재 차 음료 시장은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된 여러 요소들로 인해 과열된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차 음료 역시 단순한 음료일 뿐, 약과 같은 탁월한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신중한 구매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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