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K(Korea)-방역’이 화제다.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 성과의 핵심 공로는 정부와 의료진을 신뢰한 국민에게 있다. 한국 국민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실재하고, 마스크로 감염 가능성을 낮출 수 있으며, 방역을 위해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한다는 점을 인지했다. 나아가 방역을 위한 조치들에 자발적으로 협조했다. 인류는 앞으로 더 많은 전염병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그때마다 인류는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며 그 바탕엔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Explain): 코로나바이러스를 해설하다>에선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이 이뤄지는 사회·과학적 맥락을 다뤘다.

백신의 장애물 달리기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는 속도는 유례없이 빠르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다른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신을 임상시험까지 진행한 경험으로 백신 개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이는 운이 아주 좋은 경우다. 대부분의 백신 연구는 팬데믹(Pandemic)이 종료되면 지원금이 끊겨 연구가 중단된다. 이에 지난 2017년 ‘게이츠 재단(Gates Foundation)’의 후원으로 ‘전염병예방혁신연합(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 이하 CEPI)’이 조직됐다. CEPI는 현재도 백신 개발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으며 코로나바이러스의 백신 후보 중 아홉 개가 CEPI의 도움을 받고 있다.

자금이 확보된 후에도 백신 개발이 성공할 확률은 절반에 그친다. 전염병 근절을 위해선 집단면역 형성이 필수적이다. 집단면역은 해당 집단의 60% 이상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보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백신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전 세계 인구의 60%에게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약 47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에게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국제 백신 공급협의체 ‘코백스(COVAX, 이하 코백스)’가 조직됐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64%에 해당하는 156개국이 코백스에 참여하고 있다.

자연적 집단면역은 왜 무모했을까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각국 정부의 대응 중 스웨덴의 자연적 집단면역이 큰 논란이 됐다. 자연적 집단면역은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치명적이지 않고 감염에서 회복 후 항체가 오래 남아 있을 때 시도할 수 있는 전략이다. 그러나 당시 코로나바이러스는 그러한 특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 이에 스웨덴 정부의 정책은 섣부른 판단으로 여겨지며 비난의 대상이 됐다.

전염병 극복엔 사회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CEPI에서 후원금을 지원한 덕에 유망한 백신 후보의 연구가 지속할 수 있었다. 또 국가의 이익보다 백신의 공정한 배분을 우선으로 하자는 합의로 코백스가 조직됐다.

개인은 주어진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스웨덴이 방역 조치로 자연적 집단면역을 시도했다는 것은 사실 잘못된 정보다. 공식 발표에 의하면 스웨덴 정부는 자연적 집단면역 정책을 시도한 적이 없다. 일부 언론에서 국가 봉쇄 없이 국민의 자율에 방역을 맡기는 스웨덴의 정책을 집단면역으로 간주하면서 생긴 가짜 뉴스다. 지금도 거짓된 정보가 사회 곳곳에 퍼지고 있다. 어딘가에선 마스크가 방역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주장 탓에 많은 사람이 희생되기도 한다. 결국 정보의 진위 판별 능력은 개인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생명시스템 16 이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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