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늘 10월,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1등 신붓감 대회를 개최한다.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국민 맏며느리’라고 칭해 논란이 됐다. 아직도 여성에게 ‘시집’이란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세상이다. 1등 신붓감, 맏며느릿감. 얼핏 보면 칭찬 같아 보일지도 모르는 이 표현들에선 사실 여성에 대한 존경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 사람 자체로 훌륭하다는 뜻이 아닌, 누군가의 아내 또는 며느리가 되기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의미만 담겨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결혼식장의 전형적인 풍경을 한 번 떠올려보자. 행진곡이 흘러나오고,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등장한다. 이어 신부의 아버지는 신랑에게 신부의 손을 넘겨준다. 이처럼 신부를 소유물처럼 취급하는 기이한 행진 외에도 오늘날의 결혼식엔 시대착오적인 요소들이 많다. 빨간 융단이 깔린 신부 입장 통로의 이름은 버진 로드(Virgin Road)다. 순결한 길이라는 그 뜻에서부터 우리 사회가 신부에게 요구하는 여성상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결혼식이 시작하기 전까지 신부는 신부대기실에 앉아 손님들이 방문하기만을 기다리고, 신랑은 밖에서 반갑게 손님들을 맞이한다. 결혼하는 사람은 둘인데, 왜 둘 중 한 명만 마치 포장된 선물처럼 대기실 안쪽에 숨어 있어야 할까.

흔히들 결혼식의 꽃은 신부라고 말한다. 눈부시게 하얀 드레스를 입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버진 로드를 걷는 신부는 사실 결혼식이 있기 몇 달 전부터 신부를 대상으로 한 피부 관리나 몸매 관리 등을 받아왔을지도 모른다. 각종 미용 업체에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워야 할 단 하루’를 위해 투자하라는 광고 문구로 예비 신부들을 현혹한다. ‘스튜디오’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을 뜻하는 ‘스드메’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결혼식에서 신부가 아름다워야 할 이유는 없다. 결혼식은 하객들에게 신부의 외모를 뽐내는 자리가 아니다. 부부가 가족이 됐음을 선언하는 엄숙한 행사에서 외모 품평이 오가게 된 이유는 결혼식의 목적이 변질했기 때문이 아닐까. 심지어 언젠가부터 여성 하객들의 옷차림까지도 ‘하객 룩’이라는 이름 아래 품평의 잣대에 놓였으며, 최근 들어선 웨딩 플래너와 웨딩 사진 촬영가 등 결혼식과 관계된 이들에게 신부가 직접 선물이나 간식 등을 챙겨 주는 풍조까지 생겼다고 한다. 잘못된 결혼 풍습,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비혼 여성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세상이다. 예비 신부들이 더는 웨딩드레스나 메이크업 업체를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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