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은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의 장편 소설 「레미제라블」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영화다. 제목인 레미제라블은 프랑스어로 ‘불쌍하고 비참한 사람들’을 뜻한다. 소설이 출간되자 소설에 기반한 뮤지컬이 등장했고, 다음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레미제라블>은 빵을 훔쳐 19년 동안 감옥 생활을 했던 ‘장발장’이 출소 후 새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영화 속 혁명을 보고 관객 대부분은 ‘프랑스대혁명’을 떠올린다. 프랑스대혁명이 가장 대표적인 시민 혁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 혁명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6월 혁명’이다. 원작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6월 혁명을 직접 경험했다. 당시 그는 튈르리 공원(Jardin des Tuileries)에서 희곡을 집필하다 봉기가 일어난 현장을 우연히 목격했다. 영화에서 혁명에 참여한 시민들은 가슴에 삼색 표지를 달았다. 프랑스 국기와 색이 같은 이 표지는 ‘자유’ ‘평등’ ‘박애’를 의미한다. 혁명가들은 이를 통해 그들이 꿈꾸는 세상에 대한 절실한 욕구를 표현한다.

필자는 혁명가들이 ‘민중의 소리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라는 노래를 부르며 프랑스 국기를 휘날리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의 3.1운동 당시 독립 운동가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면서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이 연상됐다. 국적과 관계없이 나라가 위태로우면 모든 사람이 영웅이 되어 싸운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자신의 나라를 위해 투쟁하는 모습은 감격스럽다. 이 장면엔 혁명을 향한 당대 프랑스 민중의 열기가 그대로 담겨 있다. 영화를 보기 전 프랑스 국기를 보고 특별한 감상은 없었으나, 영화를 본 후엔 이 장면이 머릿속을 스치며 큰 감동이 느껴졌다. 혁명가들 각각이 처한 사정은 다르지만, 혁명의 현장에서만큼은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자유를 위해 싸운다. 그들의 결의에 찬 표정을 보며 필자도 덩달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혁명이 일어나기 전 시민들이 카페에서 혁명에 관해 토론하는 장면이 있다. 프랑스에서 발달한 카페 문화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카페에서 지식인층들은 정치 및 사회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을 비판했다. 현재 카페는 여가를 보내는 장소지만, 처음엔 혁명의 시발점이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레미제라블>이 미국 영화여서 대사가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라는 점은 매우 아쉽다. 프랑스의 역사와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실제 역사에서 6월 혁명은 실패했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선 혁명의 성공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혁명의 성공 여부보다 그 의식과 정신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배우고 갖춰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이 영화는 단순히 빵을 훔쳐 19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의 이야기가 아니다. 민중의 소리가 들리는가 하는 질문을 당대 프랑스 정부에 던지는 것이다. 영화는 노래를 통해 삶의 처절함을 표현한다. ‘하루의 끝에서(At the end of the day)’라는 노래는 그 처절함을 나타낸다. 우리는 프랑스 민중이 그토록 갈망했던 혁명의 이념들을 항상 되새기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프랑스어로 ‘구제도’를 뜻하며 프랑스 혁명 이전의 프랑스 왕국의 국가 체제를 통칭함.

가족자원경영 20 이혜린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