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류와 지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공장 가동이 멈추고 비행기, 배 등의 운·수송도 중단됐다. 산업과 경기는 침체됐지만, 역으로 하늘은 맑아졌다. 유엔이 지정한 ‘푸른 하늘의 날’이었던 지난 7일(월) 이로운넷 보도에 따르면, 잉거 앤더슨(Inger Andersen) *유엔 환경계획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바이러스)가 인류의 노력으로 더 깨끗한 하늘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두고 ‘인류의 멸종을 촉구하는 지구의 신호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과연 코로나바이러스는 ‘인류를 망치러 온 지구의 구원자’인가?

*유엔 환경계획(United Nation Environment Programme, UNEP): 1972년 설립된 유엔기구로, 환경 분야에서 국제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유엔 산하 기관들의 환경 활동 정책을 마련하며, 환경 변화를 세계적 범위에서 지켜보고 관련 지식을 축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

감염되는 인류, 회복하는 지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영향 일부는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염성이 강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외출 자제에서부터 국가 봉쇄까지 다양한 거리두기 조치를 취했다. 이는 운송 수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줄였고, 결과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전보다 공기가 깨끗해지는 계기가 됐다. 특히 중국의 대기 환경이 개선되면서 한국의 미세먼지도 줄었다. 본교 특수대학원의 최영수 기후환경융합학과 초빙교수는 “지난겨울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북경에서 산업 활동이 중단되고 사람들의 활동도 줄어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12%p 감소했다”며 “그 영향으로 올해 한국에선 겨울과 봄엔 미세먼지로 인한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서울 대기 중 초미세먼지의 평균 농도를 비교한 표다. 한국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심해지는 1월~3월, 11월~12월 동안의 수치를 비교한 결과,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비해 올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교통량이 줄며 환경 오염이 완화된 지역도 있다. 지난 3월 인도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를 막기 위해 국가 봉쇄령을 내렸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인도 북부에 히말라야산맥이 나타났다. 히말라야산맥은 인도 반도에서부터 중앙아시아까지 걸쳐 있는 지형이다. 인도에 있으면서도 심한 스모그 때문에 그동안은 볼 수 없었다. 히말라야산맥이 맨눈으로 보이는 이번 경우는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씨엔엔(CNN)은 전했다. 이어 씨엔엔은 이번 경우가 공장, 차량 등의 가동 중지로 대기 오염이 완화돼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일부 관광지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자연경관이 회복되기도 했다. 지난 3월 이탈리아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전국에 봉쇄령을 선포했다. 그리고 약 두 달 후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의 물이 깨끗해졌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전까지 베네치아 운하의 물은 언제나 흐렸다. 매년 전 세계에서 오는 수많은 관광객이 곤돌라로 불리는 작은 배를 타고 관광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이 뜻밖에도 베네치아 운하의 흐린 물을 맑게 했다고 에이비씨 뉴스(ABC News)는 보도했다.

환경과 방역의 갈림길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변화한 생활 양상엔 환경 오염이 우려되는 요소가 다분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콕’이 일상화되면서 포장·배달 음식의 소비도 증가했다. 이는 포장·배달에 사용되는 일회용품 쓰레기가 늘어나는 문제로 이어졌다. 지난 11일(금) 환경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올해 상반기에 폐비닐이 11.1%, 플라스틱이 15.6% 증가했다고 공지했다. 최 교수는 “폐기물량의 증가를 폐기물 선별장의 시설 용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인천에 있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는 2025년이면 수명이 끝난다”고 말했다.

일회용 마스크, 비닐장갑과 같은 일회용 방역 물품의 소비량도 증가했다. 본교 조오형 총무구매팀 팀장은 “지난달 본교는 위생장갑 600개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생활용품 기업 ‘크린랩’의 비닐장갑 제품 ‘크린장갑’은 지난 3월 2억 9,000만의 누적 판매량을 돌파했다고 한경비지니스는 보도했다. 일회용 방역 물품의 소비량 증가는 폐기물 증가와 같다. 차동현 한국환경공단 자연순환성부 부장은 “코로나19 확산 전 마스크는 호흡기 환자, 의사 등이 감염 예방 차원에서 사용했으나 현재엔 전 국민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며 “따라서 마스크 폐기물량은 마스크 판매량과 동일하다고 추산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일회용 마스크로 인한 환경 오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회용 마스크가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폴리에스테르(Polyester) 등의 플라스틱을 가는 실 형태로 바꾸어 만들어진다며, 일회용 마스크가 강, 바다 등으로 흘러갈 경우 해양 생물을 위협할 뿐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자연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6일(일) 환경운동연합은 전국 동서남 해양 쓰레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일회용 마스크가 가장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기존에는 거의 발견할 수 없던 일회용 마스크가 코로나19 이후 상당량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환경 보호와 감염 예방은 모두 중요한 문제다. 지난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투표장에 비닐장갑을 비치했다. 이에 일회용품 배출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선관위는 개인 장갑으로 비닐장갑을 대체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투표장까지 이동하는 경로에서 개인 장갑이 오염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처럼 환경 보호와 감염 예방 사이 딜레마에 관한 논의가 요구된다.

‘나’부터 시작하는 환경 보호
환경 보호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안은 기업이나 소비자가 생산·소비량을 스스로 줄이는 것이다. 일회용품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음식 배달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배달량이 증가한 만큼 포장한 제품을 한 번 더 포장하는 재포장, 과대포장에 대한 경각심도 필요하다. 본교 환경 리더십그룹 GPS(이하 GPS)는 “음료나 음식을 방문 포장할 때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개인의 일회용품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매일 착용하는 마스크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로 반드시 종량제봉투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

개인의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의 규제다. 최 교수는 “환경은 개인, 기업, 정부의 협동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규제가 핵심이다”며 “실질적인 환경 개선을 위해선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022년 6월부터 시행될 일회용 컵 보증제가 대표적이다. 일회용 컵 보증제란 소비자가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살 때 보증금을 지불하고 해당 컵 반납 시 보증금을 반환받는 제도다. 최 교수는 “일회용 컵 보증제는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것보다 환경 보호에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GPS는 “분리배출 되지 않은 폐기물을 여과 없이 처리하는 시스템으로는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의 분리수거법 강화와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올해를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의 기점으로 삼아 폐기물 처리 대책을 수립했다. 환경부에서 마련한 구체적인 방안은 총 네 가지로 ▶폐기물량 감소에 사회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기 ▶폐기물 처리에서 민간 의존도를 줄이고 공공책임을 강화하기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생산하도록 재활용 산업을 변화하기 ▶폐기물 처리 시설을 주민 친화형으로 만들기를 세부 내용으로 한다. 폐기물량 감소에 사회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환경부의 첫 번째 방침은 지난 7월 조직된 ‘자연순환 실천 플랫폼’으로 구현됐다. 모든 국민이 이용 가능한 자연순환 실천 플랫폼에선 폐기물 처리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고 자연 순환의 우수 사례를 접할 수 있다.

▲‘자연순환 실천 플랫폼’ 홈페이지에서 자연순환 실천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해선 새로운 방향의 노력도 필요하다. 최 교수는 “사회적 변화를 위해선 생각의 틀을 깨야 한다”며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은 사회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중요하다. 최 교수는 “기후ㆍ환경ㆍ에너지 부문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다”며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선 소외된 사람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오염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책임이 따르는 공공문제다.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해 환경에 대한 책임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모두가 나서야 한다. 개인이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실행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실천해나가야 한다. 동시에 정부의 규제 도입과 국민의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환경오염도 해결하기 위해 함께 살아가는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사람이 집에 콕 박혀있는 모습을 가리키는 신조어

**Oluniyi O. Fadarea, Elvis D. Okoffoc (2020.06.16). Covid-19 face masks: A potential source of microplastic fibers in the environment.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Retrieved from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7297173/#bb010

참고자료
안옥희 (2020.04.28). 주방에서 투표소까지…코로나19 필수품 ‘이것’은 어디에서 만들까. 한경비지니스, Retrieved from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50&aid=0000053451

이정재 (2020.09.10). 제1회 ‘푸른 하늘의 날’ 기념행사 7일 우리나라서 열려. 이로운넷, Retrieved from http://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20046

Julia Jacobo (2020.05.19). Venice canals are clear enough to see fish as coronavirus halts tourism in the city. ABC News, Retrieved from https://abcnews.go.com/International/venice-canals-clear-fish-coronavirus-halts-tourism-city/story?id=69662690   

Rob Picheta (2020.04.09). People in India can see the Himalayas for the first time in 'decades,' as the lockdown eases air pollution. CNN, Retrieved from https://edition.cnn.com/travel/article/himalayas-visible-lockdown-india-scli-intl/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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