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해주식 비빔밥’ ‘그린미트 간편식’ ‘오리정식 도시락’, 이 세 가지 제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건강을 고려해 개발한 편의 식품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중이 지난 2018년보다 0.9%p 증가해 30%를 넘었다. 이 때문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편의 식품에 대한 선호도 꾸준히 늘고 있다. 간편함을 무기로 등장한 편의 식품은 그간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라는 편견의 대상이 돼 왔다. 이에 본교 한영실 교수의 맞춤식품연구실에선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건강한 편의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한 교수의 연구실로 들어가 보자.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하는 맞춤식품연구실
한영실 교수는 본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본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독일 본 대학교(University of Bonn)에서 박사 후 연수 과정을 밟았다. 또한 본교에서 한국음식연구원장, 사무처장, 교무처장을 지내고, 제17대 총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본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로서 맞춤식품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맞춤식품연구실은 식품영양학과 석·박사 재학생 및 졸업생들로 구성된 연구실로, 크게 학술연구팀, 품질평가팀, 프로젝트 기획팀으로 나뉜다. 학술연구팀에선 한국 전통식품을 소재로 한 항산화, 항당뇨, 항암, 항균 실험과 주요 생리활성물질의 분리 및 다양한 식품을 연구하며 관련 학술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품질평가팀에선 식품 원재료와 제품에 관한 품질 평가를 통해 신제품 개발과 상품화된 제품의 평가 등을 수행한다. 프로젝트 기획팀은 가정식 대체 식품(HMR)과 영양교육 콘텐츠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을 개발한다.

한 교수가 맞춤식품연구실을 만들게 된 계기는 식품영양학의 궁극적인 목적, 올바른 식생활을 통해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맞춤식품연구실에선 식자재의 선정부터 영양의 균형, 위생적인 조리 과정, 용기의 안전성까지 전 과정을 꼼꼼히 확인하며 신뢰할만한 식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맞춤식품연구실에선 지난 2015년부터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130여 종의 가정식 대체 식품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상품으론 ‘99kcal 한 컵 샐러드’ ‘황해도 해주식 비빔밥’ ‘그린미트 도시락’ 등이 있다. 99kcal 한 컵 샐러드는 곤약 쌀을 넣어 열량을 낮추고 닭가슴살과 렌틸콩 등으로 단백질 함량을 높였다. 양상추와 파프리카 등 다양한 채소를 한 컵에 담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황해도 해주식 비빔밥은 넓은 평야를 가져 풍요로운 음식을 먹었던 해주지방의 전통음식을 구현해 만든 제품이다. 다른 지역에선 고추장으로 비빔밥을 양념하는 것과 달리 황해도 해주식 비빔밥은 간장 양념장과 함께 닭가슴살, 고사리, 표고버섯, 콩나물, 두부 등 다양한 재료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린미트 도시락은 최근 건강과 환경, 동물 복지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출시한 식품이다. 식물성 고기인 콩 불고기를 활용했고, 고구마와 파인애플 등 영양소가 풍부한 재료들을 곁들였다.


편의 식품의 문제점을 보완하다
한 교수는 편의 식품의 문제점으로 대중의 입맛을 쉽게 사로잡으려고 과도한 설탕과 소금을 첨가하는 것을 지적했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식습관을 오래 지속하다 보면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질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기업의 측면에서도 덜 짜고 덜 달게 음식을 조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교수는 “미국의 암 연구가 윌리엄 로진스키 박사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의 암은 30~40년 전에 먹은 음식이 그 원인이에요”라며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는 꾸준한 식생활 관리가 아주 중요해요”라고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맞춤식품연구실에서 식품 기획부터 출시까지의 전 과정에 참여한다. 한 교수는 “협업하는 기업의 담당팀과 맞춤식품연구실의 연구원들은 세부적인 진행을 담당하고, 제품의 기획 및 최종 결정은 제가 맡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구를 통해 우리가 먹는 모든 식자재와 음식들에 많은 사람의 노고가 담긴다는 걸 실감했어요”라며 “모든 음식을 먹을 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죠”라고 덧붙였다.

빠르게 먹을 수 있는 편의 식품이지만, 기획부터 출시까지의 과정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맞춤식품연구실에선 제품 출시를 위해 소비자에게 어떤 식품이 필요한지를 논하는 기획 회의부터 시작한다. 기획 회의에선 제품의 종류와 그에 들어가는 재료, 요리법, 열량과 영양 구성, 식자재 등을 결정한다. 그다음 위생 안전 생산이 공인된 제조사 중 생산 경력이 있는 곳을 선정하고, 조리 과정, 용기 디자인 등의 세부 사항을 논의한다. 이후 맞춤식품연구실에서 만든 요리법에 따라 샘플을 제조하고 음식의 맛과 규격을 의도한 대로 맞추는 작업을 반복한다. 식품의 패키지를 비롯한 부가 요소까지 모두 결정하고 나면, 제조사에서 생산한 무작위 샘플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은 시험분석센터로 보낸다. 센터에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나트륨, 콜레스테롤 등 필수 표기 사항 준수 인증을 받고 난 뒤에야 비로소 생산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한 교수는 편의 식품 개발 과정의 어려운 점으로 대량 생산으로 인한 맛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맞춤식품연구실에서 개발한 요리법을 제조사에서 대량으로 생산할 시 맛의 차이를 줄이는 일에 어려움을 표했다. 한 교수는 “의도한 맛이 나오지 않을 땐 여러 번 시제품을 만들어보고 관능평가를 거쳐 최대한 맛을 구현하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관능평가란 사람이 감각기관을 통해 음식의 품질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정확한 식품 정보 알려요”
한 교수는 편의 식품 개발뿐만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에도 힘쓰고 있다. 그가 GS리테일(Retail)에 제안한 식품 패키지는 지난해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공모한 ‘우수 디자인(Good Design) 상품선정’의 시각 패키지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우수 디자인 상품선정은 1985년부터 이어진 국내 최고의 디자인 공모전으로, 식품 패키지를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도록 기업과 디자인 개발자를 장려하고 있다. 한 교수가 우수 디자인 상품선정에 출품한 패키지는 식품의 영양 정보를 소비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한 교수는 식품 패키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역할을 조명했다. 그는 “소비자가 제품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포장이에요”라며 “음식 사진만 강조된 기존 제품의 포장과 달리 제품의 영양 정보가 강조된 패키지는 음식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이어 한 교수는 “패키지를 통해 식품에 대한 정보를 정직하게 알려주고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라고 덧붙였다. 식품 패키지는 하나의 마케팅 요소가 아닌, 음식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앞으로도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식품 패키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영양 정보는 식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예요”라며 “음식의 재료, 열량과 단백질, 나트륨 함량 등의 주요 정보들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패키지를 꾸준히 만들어나갈 예정이에요”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외출이 어려워짐에 따라 온라인상에서의 제품 판매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안전, 위생, 영양. 한 교수가 편의 식품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다. 한 교수는 “안전하고 영양상으로 좋은 식품을 먹는 것은 건강에 큰 도움이 되죠”라며 “맞춤식품연구실을 통해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건강한 선택을 돕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한 교수의 맞춤식품연구실은 편의점 간편식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건강한 편의 식품을 만들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한 교수처럼, 음식을 고를 때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음식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본교 맞춤식품연구실 연구원들이 본교 순헌관 실험실에서 식품에 관한 실험을 하고 있다.
▲본교 한영실 교수의 맞춤식품연구실이 GS리테일(Retail)과 협업해 만든 제품들이다. 지난해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공모한 ‘우수 디자인(Good Design) 상품선정’의 시각 패키지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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