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모임이 불가해진 요즘, 사회 곳곳에서 고립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상을 완전히 바꿔버린 팬데믹(Pandemic)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알 방법이 없기에 더욱 막막하다. 이럴수록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이번 글에서 주변 여성들과 마음으로 긴밀히 연결돼 고립의 시대를 견뎠던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성 서사에 관심 많은 필자는 ‘비혼 여성들의 공동 주거’ ‘레즈비언(Lesbian) 연애담’ ‘여성 간 친밀성’ 등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피리 부는 여자들」을 읽고 크게 감명받았다. 같은 책에서 영감을 얻은 주변 여성들과 함께 한 학기 동안 여성 간 관계를 주제로 글쓰기 모임을 진행했다. 매주 한 편씩 글을 쓰고 화상 회의를 통해 서로의 글을 합평하는 방식이었다. 제출한 글은 내용과 형식이 다양해 매주 새로운 글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글에 녹아든 서로의 생각과 고민을 얘기하면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이성 간에 친구 없다’ ‘남자친구 한 번 안 사귀어봤느냐’ ‘여대에선 캠퍼스 커플 못해서 아쉽겠다’ 등의 무례한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세상엔 다양한 관계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이성 간의 사랑만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사회에 환멸을 느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해 최근 한국 페미니즘(Feminism) 담론에선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등한시됐던 여성 간 관계를 재해석하는 레즈비어니즘(Lesbianism)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레즈비어니즘을 통해 여성들은 그동안 여성에게 주어졌던 선택지가 얼마나 편협하며 동시에 여성 억압적인지 고찰하고, 가부장제에서 벗어난 여성들이 맺을 수 있는 다채로운 관계에 관해 상상할 수 있게 됐다.

섞이지 않는 기름처럼 사람들 속에서 부유하던 필자는 작년부터 뜻이 맞는 여성들과 친해지면서 관계 맺는 일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용기 내어 다가가고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도 깨달았다.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어 서로 만나기엔 어려운 상황이지만, 비대면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며 팀원과 주고받았던 온정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필자의 경험이 고립 속에서 연결감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미디어 18 강정은

*해당 글의 제목은 이민경 작가의 메일링 프로젝트 ‘코로나 시대의 사랑’ 소개 문구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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