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10살 때 한 매장 안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당시 주위를 둘러봐도 부모님이 보이지 않아 1분을 10년과도 같이 느꼈던 기억이 난다. 등에는 식은땀이 났고, 어쩔 줄 모른 채로 망부석처럼 굳어 있었다. 사람들은 필자를 없는 사람인 듯 스쳐 지나갔다. 미아가 된 필자가 선택한 방법은 매장 안을 헤매며 출구를 찾는 것이었다. 2층의 의류점도 가보고, 5층의 식당가도 돌아다니며 출구를 찾아 헤맸다. 그렇게 돌아다닌 끝에 출구에서 필자를 기다리고 있던 부모님을 만났다. 매장을 나서면서 10살의 필자가 생각한 것은 아무리 헤매도 결국엔 출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필자는 인생의 미로에 갇혀 있다. 모두 출구를 알고 있는 듯 미로를 헤쳐나가는 것 같은데 필자만 길을 잃은 느낌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이 미로에서 빠져나가고 싶지만, 누구도 필자에게 출구를 알려주지 않는다. 출구는 제쳐놓고, 필자가 미아가 됐다는 사실에 세상은 귀 기울여 주지 않는다. 필자는 외로운 미로에 완전히 갇혀버린 것이다. 그래서 한때 필자는 스스로를 다그치며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마음속에서 한 아이를 발견했다. 바로 매장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10살짜리 작은 아이였다. 필자는 그 아이를 마주한 순간 눈물이 났다. 어쩌면 미로에 갇히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인생의 모든 순간은 미로와 같다. 누군가와 싸워 인간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고, 진심으로 원하던 일을 그르치게 될 수도 있다. 의도치 않은 실수로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모든 순간이 미로와 같고 필자는 항상 미아일 수밖에 없다. 그럴 때는 그냥 다시 길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 미로의 모양과 길이, 굴곡이 다양하다. 쉽게 말하면 출구를 찾아가는 여정에는 정답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자신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을 누군가가 쉽게 해결했다면 그건 그 사람의 미로가 짧았을 뿐이다. 필자가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것을 필자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생각을 한 후, 필자는 마음속에 있던 작은 아이를 안아주기로 했다. 꼬옥 아이를 안아주자 아이가 필자에게 속삭였다.

“괜찮아. 울어도 되고, 화내도 되고 때로는 주저앉아도 돼. 그것도 너의 모습이니까. 너는 10살 때도 출구를 찾았어. 그러니 또다시 인생의 미로에서 너만의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한국어문 20 김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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