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엔 에세이가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필자는 그 이유를 사람들이 남이 아닌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하고, 나와 남을 함께 존중하고 싶은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물어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 인간관계와 삶이라는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어떤 풀이를 적어나가야 할까. 김수현 작가의 신작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상처받고 지친 이들에게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언을 전한다.

건강한 경계
누구든 한 번쯤 다른 사람을 도우려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놓쳐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거절에 필요한 용기가 부족해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선을 긋는 사람들을 ‘차갑다’ 혹은 ‘무례하다’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경계는 나를 지킬 최소한의 수단이자 필수 요소다. 저자는 본인의 몫과 상대의 몫을 정확히 분리할 수 있어야 나와 상대 모두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본인의 일도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타인까지 도우려다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과 단절한 채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강한 사람이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되뇌어보자. “선을 긋는 것이 반드시 이기적인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
김 작가는 불필요한 분노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럴 수도 있지’를 우리 마음에 심어보자고 말한다. ‘그럴 수도 있지’는 나에겐 위안이자 타인에겐 너그러움이며 관계에선 허용치다. 나의 실수가 나의 자책감이 되고, 타인의 잘못이 나의 분노가 되고, 관계의 갈등이 너와 나의 단절이 되는 순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보자. 나의 실수는 그냥 실수가 되어 나를 위로하게 하고, 타인의 잘못은 그저 잘못이 되어 내가 용서하게 하고, 관계의 갈등은 소통의 시작이 되어 나를 성장하게 할 것이다.
모든 실수를 합리화하며 방관하라는 뜻이 아니다. 내가 그은 경계의 언저리를 바라볼 때, 조금의 둔감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척박한 세상 속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가짐은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내면의 쉼표가 돼 줄 것이다.
그러니 우리 서로 내버려 두자. 조금 달라도, 실수해도, 부족해도 눈감아주자.

실망하게 할 용기
실망이라는 감정은 무거운 짐이자 날카로운 칼이며 두려운 채찍이다. 우리는 성적표를 본 부모님의 표정에서, 선물을 받은 친구의 태도에서, 목표를 이루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서 습관적으로 실망을 감지해왔다. 직접적인 말이 없어도 알아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두려워지고 나약해진 모습으로 끝없는 자책 속에 빠져들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넘어지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하며, 한계를 마주하거나 아예 멈춰버리기도 한다. 따라서 실망을 받아들일 수도 있어야 한다. 최선을 다해도 어쩔 수 없다면 타인을 실망하게 할 용기도 필요하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실망하는 게 온전히 당신의 책임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러니 자신을 다독여보자. “누구도 당신의 최선에 실망할 자격은 없다.”

살아가는 그대, 오늘도 잘 버텼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쉬지 않고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도 ‘죽어간다’고 하는 대신 ‘살아간다’고 말한다. 삶을 선택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죽어가는 나’가 되지 않으려면 지속해서 우리의 일상을 돌봐야 한다. 아기가 첫걸음마를 떼는 것처럼, 짐볼(Gym Ball)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쓰러지지 않고 버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한 경계를 긋는 것도, 너그러워지는 것도, 누군가를 실망하게 할 용기를 내는 것도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심지어 숨 쉬는 것도, 잠드는 것도, 먹는 것마저도 힘겨운 날들이 있다.
그러니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아낸 그대, 정말 수고했다. 오늘 당신의 하루가 죽음의 하루가 아닌, 삶의 하루였길 바란다.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 않았을지라도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힘겨웠던 순간과 버거웠던 감정들은 이미 온 힘을 다해 삶을 지켜낸 증거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중)

법학 19 박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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