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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참초제근, 사법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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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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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판결로 ‘성적폐 판사’란 오명을 얻은 오덕식 판사, 그가 텔레그램 n번방 판결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곧 오 판사를 n번방 담당 판사에서 제외하고 판사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고, 불과 하루 만에 약 37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오 판사에 대한 비판 여론의 근거는 무엇일까. 그는 불법 촬영물을 직접 보고도 연인 관계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성관계 횟수와 장소를 판결문에 명시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저질렀다. 고 장자연을 성추행한 조선일보 기자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성매매 영업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남성과 수십 차례 불법 촬영을 저지른 사진사 남성, 성 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남성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7일(금) 성명을 통해 “오 판사는 성폭력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의 일상 복귀를 어렵게 만든 인물이다”며 “이렇게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는 문제적인 인물이 여전히 성폭력 관련 재판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고 날 세워 비판했다.

사법부는 n번방 사건을 해결할 의지가 있는가. 언제나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가해자의 손을 들어주는 오 판사에게 n번방 사건을 배당한 사법부의 판단력이 의심스럽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7일 성명에서 “오 판사는 n번방 사건뿐 아니라 어떠한 성범죄 관련 재판도 맡을 자격이 없다”며 “사법부는 미투운동을 통해 여성들이 요구했던 사법 정의 실현에 대한 책임을 또 한 번 방기하려 하는가”고 사법부를 꼬집었다. 유구한 여성 성착취의 역사와 공고한 가해 카르텔은 크고 작은 성범죄를 눈감았던 성적폐 판결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n번방 가해자가 그릇된 용기를 내게 만든 것 또한 앞선 판례의 공이 크다. 같은 판결이 반복된다면, n번방은 사라지지 않는다. 성인지 감수성이 전무해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오 판사가 또다시 법봉을 손에 쥔다면, n번방은 여성들의 일상 속에서 되살아나기를 거듭할 것이다.

법관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정당한 권리행사를 보장함으로써 자유·평등·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권을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하여 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주의를 확립하여야 한다. …법관의 명예를 굳게 지켜야 하며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법관은 공정하고 청렴하게 직무를 수행하며, 법관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를 갖추어야 한다. 법관윤리강령 일부다. 법과 양심에 따른 사법권 행사의 결과가 솜방망이 처벌과 2차 가해라면, 잘못된 사법권 행사로 피해자를 고통으로 내몰고 죄의 무게를 제대로 재지 못하는 사법부는 부끄러워하라. 참초제근(斬草除根), 재앙의 근원은 뿌리째 들어낸다는 말이다. n번방을 참초제근하려면, 이제는 사법부 스스로가 법관의 명예를 걸고 여성들의 절규에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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