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갈 즘, 친구들과 네 명이서 방콕 여행을 떠났다. 누구는 화려하고 번쩍거리는 건축물을 보는 것이 좋아서, 누구는 추운 곳이 싫어서, 누구는 단순히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서, 누구는 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왕궁 구경도 하고, 레스토랑, 동네 식당, 야시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식사를 즐겼다. 여행의 목적이 마사지였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마사지도 열심히 받으러 다녔다. 왕궁, 음식, 마사지 모두 환상적이었다. 방콕을 떠나기 바로 전날엔 대형마트에서 건망고나 똠양꿍 라면과 같이 기념이 될 만한 것들을 사는 데 남은 돈을 쏟아부었다. 네 명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고, 필자는 한국 집에서 방콕에서의 마지막 밤에 구매한 음식을 먹으며 ‘다음엔 건망고와 피스타치오를 한 봉지씩만 사 오는 짓은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친구 한 명은 호주에서, 두 명은 중국에서 유학하고, 필자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기에, 이번 여행으로 중간지대인 태국에서 모임을 가진 셈이었다. 세 친구가 ‘내년엔 한국 국내 여행을 가자’, ‘아니다, 돈을 모아 유럽으로 가자’며 다음 모임 장소를 신나게 의논할 때, 필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곳에 가기보다는 ‘태국에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일까? 어느 레스토랑에서 맛본 똠양꿍 피자를 또 먹고 싶어서? 수상 시장 배 위에서 먹었던 팟타이 맛을 못 잊어서? 왕궁만 둘러보고 다른 사원은 방문하지 못해서? 건망고를 사 오기 위해? 집에서 허구한 날 마사지 받고 싶단 생각만 하고 있기 때문에?

타지에서 지내본 것도, 갔던 곳에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상하이로 어학연수를 간 적도 있고, 친구를 만나러 홍콩에 가본 적도 있다. 상하이에선 돈 때문에, 홍콩에선 시간 때문에 하고 싶었던 것을 다 하지 못했으니까, 나중에 또 가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막상 재방문 계획을 세우려 하면 어쩐지 거부감이 들었다. 단지 방문했던 곳을 또 가는 것이 싫어져서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포기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미련을 넘어 어느새 부족했던 것을 어떻게든 채워야겠다는 부담감으로 변질됐기 때문이었다.

방콕은 달랐다. 물론 그곳에서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쉽게 포기한 것들이 많았다. 예전이었다면 내내 속상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방콕에선 다른 일정을 보내면서 느낀 행복이 아쉬움을 압도해 버렸다. 그렇기에 포기한 기존 일정에 대한 미련 없이, 먹어본 것을 또 먹고, 본 것을 또 보고, 마사지도 또 받고 싶어 태국에 다시 가고 싶어진 것이다. 다만 방콕엔 닷새나 있었으니, 다음엔 가족과 함께 태국의 다른 도시를 여행하고 싶다.


                                                                 중어중문학부 17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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