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중⋅고등학교 동문이 N번방 가해자로 밝혀졌다. 가해자는 필자의 고향 시청 소속 8급 공무원이었고, 범행이 드러나며 직위가 해지됐다. 소식은 필자의 지인들로부터 빠르게 전해졌다. 범죄자는 우리 일상 속에 살아 숨 쉬며 여성들을 노리고 있었다.

‘내 주위의 여성 혐오 범죄자들’, 사실 그다지 놀라울 일은 아니다. 1.9일마다 여성 한 명이 남성 지인에게 살해당하는 현실이다. 범행을 저지른 건 피해자의 애인, 남편, 이웃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 통계에 따르면 지인의 살해 시도로부터 가까스로 살아남은 여성의 수는 한 해 100명을 웃돈다.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9명이 여성이다. 살아남기 위해 여성은 모든 남성을 조심해야만 하는 현실에 처했다. 본질이 나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방심하다 독이 든 컵케이크를 집어 드는 일이 생겨선 안 되니 말이다.

뭇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매도하지 말라는 충고가 익숙해진 요즘이다. 범죄자가 아닌 남성은 누군가의 소중한 아버지며, 소중한 아들이고, 오빠고 가족이고 친지니까. 그들은 여성에게 역시 소중한 존재기에 여성들은 으레 수긍하곤 했다. 하지만 그 아버지, 아들, 오빠 중 진짜 범죄자도 있는 법이다. 여성을 딸로서, 어머니로서, 동생으로서, 친지로서 소중히 여기는 아버지, 아들, 오빠라면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본인이 나서서 가족, 지인으로 둔갑한 범죄자를 가려내야 한다.

잠재적 가해자에겐 결백을 밝혀 가해자 신분을 벗어날 기회가 있지만, 잠재적 피해자인 여성에겐 피해자 신분을 벗어날 기회가 없다. 여성이라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이 필자는 못내 피로하다. 적어도 필자가 여성이란 이유로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 여성으로 태어난 데 이유가 없듯, 범죄의 이유가 ‘피해자가 여성이라서’라는 말이 나오질 않길 바랄 뿐이다.

여성 성 착취를 관전하려 26만 명이 한 가상 공간에 모였다.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지 않는 사람이 적어도 26만 명에 달한다. 그중 하나는 필자의 먼 지인이었고, 남은 n명 역시 주위에, 혹은 필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서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제는 모두가 여성의 공포에 공감해야 할 때다. 지뢰밭에 선 이들을 구하고 지뢰밭을 들어내기엔 지금이 적기다. 또 미루기엔 너무 많은 여성이 다쳤다. 골든타임이 끝나간다.

 

학내보도부장 임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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