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월) 기준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8,961명, 사망자는 111명이다. 전 세계에 두려움을 안긴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행사는 전례 없는 취소 행렬을 이뤘다. 일부 대학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지금, 대학가에 불어닥친 코로나19의 여파도 거세다. 지난 16일(월) 개강했음에도 불구하고 본교 캠퍼스엔 적막만이 감돈다. 본지는 코로나19가 대학가에 미친 영향과 대학생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알아봤다.


전염병 확산에 대학가는 ‘적막강산’
코로나19의 확산 기조가 지속되면서 각 대학의 학사일정이 변경됐다. 본래 본교 개강일이었던 2일(월)에서 2주 연장된 16일(월)로 개강일이 확정됐고 개강 이후 4주간은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다수 대학에서 지난 1월 초 계획했던 입학식과 졸업식 등 행사도 전면 취소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며 한 학기 온라인 강의로 변경된 대학교가 등장했다. 유니스트(UNIST)는 한 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로 확정했고 카이스트(KAIST)와 부경대는 코로나 사태가 안정화될 때까지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성균관대 역시 올해 1학기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전면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적막한 대학가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본지 기자단은 지난 2월 17일(월) 저녁 6시경 코로나19로 변화된 대학가의 모습을 알아보기 위해 본교 인근에 있는 청파동 거리를 방문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들어간 약국 안은 이미 마스크 재고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평소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던 알코올 소독제와 손 소독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김지영 숙명 온누리약국 약사는 “공장 측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의료물품을 약국에서 당분간 판매할 수 없게 됐다”며 “재입고 일정에 관한 고객의 문의가 많지만, 약국도 의료 물품의 재입고 일정을 알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저녁 식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청파동 거리에 있는 음식점들은 비교적 한산했다. '음식미담'을 운영하는 이복숙 씨는 “학교 주변에서 영업하다 보니 등교일 연기가 영업에 큰 타격을 준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손님 수도 작년 겨울방학보다 1/3로 줄었다”라며 한탄했다. 본교 근처 카페 또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병주 커피니(COFFEENIE) 점주는 “작년 겨울 방학보다 매출이 약 20% 감소해 영업시간을 임시로 단축했다”며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것이기에 힘들어도 버텨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아쉬운 목소리도
온라인 강의가 현장 강의를 대체하면서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난 2일(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온라인 강의의 체계가 부족해 수업의 질이 저하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최나연(행정 18) 학우는 “등록금에 포함된 교내 시설 이용료 등의 등록금 일부 환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유학생 카밀라(식품영양 17) 씨는 “(온라인 강의에서) 수업을 직접 하지 않는 교수도 존재한다”며 “온라인 수업이 오프라인 수업을 온전히 대체할 수 없는 만큼 등록금 인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주은(경북대) 씨는 “온라인 강의로 인한 수업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며 “등록금의 본질인 강의가 부실해진 만큼 등록금 전액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본교는 “개강일을 2주 연기하고 종강일을 1주 연기해 수업 기간은 15주로 단축 없이 운영될 예정이다”면서도 “법적인 규정에 따라 등록금 환불에 대해선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온라인 강의 시스템에서 실습수업은 많은 제약이 따른다. 실험이나 실습이 필요한 수업의 경우 온라인 수업으론 이해가 어려워 현장 강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우(응용물리 18)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온라인 강의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는 것은 최선책이 아니다”며 “실습이 불가피한 학과를 위해서라도 현장 강의 시행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학우는 이어 “건물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역학 조사서를 비치하는 등 현장 강의 대안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수 대학에서 입학식과 졸업식이 취소되는 등 갑작스러운 학사일정 변경에 따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해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학교의 협조로 관련 문제가 잘 해결된 사례가 있지만, 계약 당사자가 대학이 아니라는 이유로 실비 지출을 학생회에서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집행위원장은 “수강 신청 등 학사일정은 학생들의 한 학기를 결정하고 학위수여식과 같은 일정은 일생에 한 번뿐인 의미 있는 순간이다”며 “성급히 공지하기보다 학교 차원에서 설문조사를 시행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전염병 대응 위해 팔 걷어붙인 대학
코로나19의 집단감염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각 대학이 등교일을 추가로 연기할 가능성도 높다. 코로나19의 전파력과 대학가에 미치는 여파가 이전의 전염병보다 비교적 심각하기 때문이다. 신종플루는 한국과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멕시코로부터 유입됐다. 이와 달리 인접 국가인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경우 단기간 내 유입인구가 급증해 지역사회 내 확산속도가 빨라졌다. 지난 2011년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대학에선 자율적으로 휴교와 휴강 여부를 결정했다”며 “대학별로 감염자가 발생한 학과와 학년, 단과대를 중심으로 학사 일정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교수는 “등교를 시행하면 학내 유동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서 등교일 연기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선 코로나19의 초기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 유학생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중국 유학생의 수가 가장 많은 경희대에선 기숙사에 들어오는 중국 유학생을 2주간 격리해 식사와 생필품을 제공한다. 경희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경희대 기숙사엔 중국 유학생 약 110명이 거주하고 있다”며 “외부에 있는 약 1,500명의 중국 유학생은 전담팀 인원 약 20명이 전화와 메신저를 통해 중국 유학생의 건강 상태와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교의 경우 지난 4일(수) 기준 국제관에 머무는 중국 유학생은 16명이다. 국제관에 거주하는 중국 유학생은 입사 시 전원 발열 확인 후 1인 1실에 2주간 격리된다. 격리 시설은 하루 2회 이상 방역을 진행하며 2주간 발열감지기 및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

본교는 자율신고체제 마련과 건물 출입 통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을 방문한 학우의 경우 2주간 자가에서 자율격리를 권했고 발열 및 호흡기 질환이 발생할 시 학교에 신고하는 방침을 지시했다. 중국을 방문한 학우뿐만 아니라 모든 학우도 본교 공식 앱 ‘스마트 숙명’ 공지를 통해 발열 및 호흡기 증상에 대해 신고할 것을 의무화했다. 또한 본교는 방역물품을 배치하고 건물 전체에 방역했다.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건물 및 출입문 일부를 폐쇄하기도 했다. 현재 개방된 출입문은 ▶제1캠퍼스 정문 ▶제2창학캠퍼스 정문 ▶사회교육관 출입문으로 이 외의 장소에서의 출입은 제한되고 있다. 본교 중앙도서관과 명재관의 폐쇄로 해당 건물의 출입도 제한됐다.

▲ 본교 중앙도서관 후문이 임시 폐쇄됐다. 감염원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다수 대학에선 분주하게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촉박한 시간에 준비가 부족했던 온라인 강의 시스템은 대부분 미흡한 수준에 머물렀다. 학교가 제시한 실습수업의 대안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이 불투명한 상황 속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대학은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우선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책에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학교의 실질적인 주인은 학생이지만, 방향키를 쥔 건 대학 본부다. 대학이 등록금 환불과 온라인 강의의 질 개선에 관한 학생들의 물음에 명쾌한 대답을 내놓을 때다.본교는 향후 코로나19 관리를 위해 지자체 및 정부와 협업할 예정이다. 김주영 직원인사팀 팀장은 “질병관리본부, 교육부 및 용산구보건소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정부가 발표하는 기본 지침을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반영할 것이다”고 밝혔다.


 

▲ 본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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