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성자
조오현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도 살아 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며 자신을 책망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아득한 성자>는 이런 우리들에게 날카로운 비판과 가르침을 전해 줍니다. 하루살이는 단 하루를 살아도 삶의 본질을 깨닫고 자손을 퍼트려 자신의 삶을 영속시킵니다. 성자조차도 자신을 ‘아득한’ 하루살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삶의 진리를 깨닫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말해 줍니다. 이 시는 인생은 ‘얼마나 사느냐’보다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깨달음을 얻느냐’가 중요한지를 알게 해줍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한 번쯤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는 숙명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채주희 (인문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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