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희가 어디에서든 대체불가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몇 년 전 필자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던 고등학교 시절, 학원 선생님께서 당신의 학생들에게 종종 하시던 말씀이다. 언젠가의 수업 중 이 말을 처음 들은 이래, ‘대체불가한 사람’이라는 것은 언제고 필자의 이상향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유달리 따듯했던 이번 겨울, 필자는 오래된 이상향을 떠나보냈다. 

조직에서 대체불가한 사람 같은 존재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대단해서 그가 없으면 어떤 일도 진행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조직을 떠난다. 그가 자진해서 떠나는 것이든 상황이 그를 내몰든 빈자리는 생기고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운다. 그리고 조직은 다시 돌아간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머지 않은 다음 학기다, 그동안 숙대신보의 모든 업무를 관리, 감독하던 부장단이 떠나고 필자를 비롯한 정기자단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잘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행히도 필자는 어떤 일에 뛰어들기 전에 느껴지는 부담, 불안 같은 것에 초점을 맞췄다간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것을 알고 있다. 무언가 엄청난 것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기초적인 일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눈 앞에 있는 일부터 차근히 처리해가다보면 머지 않아 넘겨주어야 할 때가 오리라.

생각을 덜어내고 임하기로 했다. 어느 날인가 사이트 접속 비밀번호를 헷갈리던 동료 기자가 ‘클래식 이즈 베스트(Classic is the best)네요’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 말이 나온 맥락과는 상관 없이-맥락을 제거하고 얄팍하게 해석한 것에 동료 기자에게 미안함을 전한다-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지금 해야하는 일을 해치워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끝이 오겠지. 그런 마음으로 이번 학기도 잘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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