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매화상


바람이 불어올 때

국유진(인천숭덕여자고등학교)


새벽하늘에 그물을 던진다.

바람이 불어올 때

바다를 추억하는 황태들이

아가미 꿰어져 노랗게 여물어 간다.


햇살 한 움큼 흠뻑 빨아들이고는

제 몸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다 보면

바싹 말라 짜부라진 눈으로

바다를 추억하는 덕장 안 황태들

바람을 타고 물살에 잠겨본다.


얼지 않는 바다 속

탯줄로 연결된 만찬을 즐기는 황태

지느러미 퍼덕이며 툭 발길질하다 보면

바다 건너 편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에

손도장 찍던 날

잔잔한 어머니 품에 안겨

끝물에 다다른 젖가슴

힘껏 빨아 본다.


덕장 안에서

제 몸 더욱 노랗게 익히는 황태들

좋은 등급으로 포장지에 쌓이고 싶어

졸린 눈 비벼 연필을 굴려본다.

답답한 고3 교실

창 틈 사이로 바람이 불어올 때

두 팔 벌려 딸 아이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의 잔잔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코 끝시린 교실, 갈증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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