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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스와 디케 사이에서
김보은 기자  |  smpkbe9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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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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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스와 디케 사이에서
플루토스(Plutus)는 고대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부와 풍요가 인격화된 신이다. 플루토스는 평화의 신 에이레네(Eirene)와 행운의 신 티케(Tyche)의 조각상에 안겨있는데, 고대인들이 경제적 풍족함을 평화, 행운과 밀접하게 연관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케(Dike)는 정의의 신으로 정의가 훼손된 곳에 재앙을 내린다. 자본주의와 법치주의 국가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경제뿐만 아니라 법과 정의를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위기에 빠진 ‘케이뱅크’를 두고 국회가 플루토스와 디케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15년 6월 18일(목)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한 이후 국내에서 최초로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이다. 금융혁신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케이뱅크는 지난해부터 재정 악화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이미 한차례 국회가 플루토스의 손을 들어준 일이 있었다. 지난 2018년 9월 20일(목)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존에 ‘은산분리법’으로 4%에 불과했던 기업의 은행 지분 상한이 34%까지 늘어났다. 기업의 은행 사금고화라는 큰 위험부담을 안고 규제를 풀어준 것이다. 이로써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보통신기업을 1대 주주로 등급 시켜 충분한 기술과 자본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특례법 제정 취지에 맞춰 가장 먼저 성장한 곳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정보통신기업 ‘카카오’를 1대 주주로 승급해, 풍부해진 자본금과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케이뱅크도 기존에 2대 주주였던 정보통신기업 ‘KT’를 1대 주주로 세우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KT는 지난 2016년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했다. 기존법대로라면 지난 5년간 공정거래법을 어겨 벌금을 낸 회사는 대주주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3월 5일(목)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의 자격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자본금 부족으로 신규 대출까지 완전히 멈춘 케이뱅크를 살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개정안은 부결됐다. 특정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법을 바꾸는 것은 특혜고, 한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관련 기업이 이미 저지른 잘못을 눈감아줄 수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번엔 국회가 디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KT가 대주주가 되는 것만큼 케이뱅크를 살리는 빠르고 명확한 해결방안은 없어 보인다. 처음부터 KT가 실질적으로 케이뱅크를 주도해왔고, 무엇보다 케이뱅크 대주주를 희망하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방안으로 계열사를 활용하거나 모든 주주들을 설득 시켜 같은 비율로 증자하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케이뱅크를 살리기 위한 특례법 개정이 KT만을 위한 특혜라는 것은 자명하다. 플루토스와 디케가 팽팽하게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은 어떤 현실에 처해있는가? 대내외 여러 일들로 대한민국은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 국내 투자가 줄어들어 상장기업들은 외국인 주주들에게 휘둘리고 있고, 스타트업을 꿈꾸는 기업인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불모지로 낙인찍힌 지도 오래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이 인사말이 돼버린 이 사회에서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플루토스일까 디케일까.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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